기하학적 도형으로 관람객 끌어들여… 멕시코 작가 가브리엘 오로즈코 개인전
오로즈코의 작품 중 즉각적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호날두 발레〉로, 세계적인 축구 선수 호날두가 점프하고 있는 사진 이미지에 기하학적 도형을 그려넣었다. 작가는 정지된 이미지에 기하학적 도형을 넣어 관람객들이 작품 속 공간과 운동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기하학적 도형은 이미지와 관람객 사이에서 둘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한번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이미지에 기하학적 도형이 들어가 유심히 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지는 정지해 있지만 관람객의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는 운동으로 이어진다.
오로즈코는 작품을 통해 운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지구와 인간의 삶은 운동을 통해 지속되며, 운동을 통해 만물이 탄생·성장·소멸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작가는 그런 맥락에서 구(球)나 원을 운동이나 생성의 중심으로 생각해왔다. 전통적인 회화가 소실점에 매달려왔다면, 그는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원을 등장시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직선이 아닌 원을 통한 운동은 끝없는 움직임과 우연, 변화를 함께 아우른다.
리넨에 물감을 떨어뜨린 뒤 반으로 접어 번지게 한 데플리아주(접은 것 펴기) 작품 〈그린 6〉도 중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고 있다. 하나로 모아지는 소실점이 아니라 오히려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중심을 보여준다.
갤러리 바닥에 넓게 펼쳐진 〈워킹 테이블〉은 너절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것은 작가가 그동안 여러 작업을 하면서 남긴 조각을 비롯해 반쯤 완성되다 만 것, 드로잉 등이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일부는 미완성이고 이미 작품으로 발전시킨 작품의 스케치도 섞여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의 궤적을 엿볼 수 있다. 완성된 것은 이미 정점을 지나 소멸의 단계를 밟는다고 할 수 있고, 미완성에서는 앞으로 실현될 수 있는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오로즈코는 작품에 우연과 부조리를 섞어놓는데, 상상력과 같이 이를 수용하는 관람객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순하게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을 소통으로 끌어냄으로써 진정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오로즈코는 "인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실재로부터 소외된 채 살고 있다"면서 "작가가 실재를 드러내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재와 닿을 수 없다면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로즈코는 작년부터 올 초까지 뉴욕 모마(MoMA)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으며, 회고전은 프랑스 퐁피두센터를 거쳐 내년 런던 테이트 모던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PKM트리니티 갤러리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열린다. (02)515-9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