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05 09:09

배우 송창의의 매력은 깊은 눈빛이 아닌가 싶다.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간직한 듯한 눈빛은 무대건, TV건, 스크린이건 연기에 진실성을 더해준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애 연기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송창의가 가슴 아픈 사랑의 열병을 앓는 베르테르가 되어 무대로 돌아왔다.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하 '베르테르')에서 열연 중인 그는 "'인생은 아름다워'의 막바지 촬영과 '베르테르'가 살짝 겹쳤지만 가슴 아픈 사랑이라는 맥락이 비슷해서 정서의 충돌은 크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인생은 아름다워'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나에게 잘 맞는 옷이 될까 처음에 고민도 많았지만 '태섭'으로 8개월 간 살면서 행복했어요. 선택에 후회도 없고요."
송창의는 TV와 영화, 뮤지컬, 연극을 아우르는 전천후 연기자다. 비슷한 비율로 출연했다. 딱히 한 장르를 고집하지 않았고,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왔다. 동성애 연기로 눈길을 모았지만 이미 그전에 뮤지컬 '헤드윅'에서는 트렌스젠더를 소화했었고, 2007년 연극 '졸업'에서는 대선배 김지숙과 불장난같은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캐릭터 못지않게 작품을 많이 봐요. 마음이 끌려야 도전욕구가 생기고 그래야 에너지를 갖고 연기에 몰입할 수 있잖아요."
뮤지컬은 지난 3월 '헤드윅'이후 약 7개월만이다. 연기자 데뷔를 2002년 뮤지컬 '블루 사이공'로 했던 그는 "무대에 서면 마음껏 에너지와 끼를 발산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배우로서 광대짓을 최대한 할 수 있는 곳은 무대"라고 매력을 설명했다. '헤드윅'과 마찬가지로 '베르테르' 역시 5년 전 공연을 본 뒤 "언젠가 꼭 하고 말겠다"고 결심했던 작품이다.
"괴테의 원작을 보면 베르테르는 정열적이고 극한적인 사랑을 하는 인물이잖아요. 연출 선생님과 상의 끝에 베르테르를 아이같은 순수한 인물로 설정했어요.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선 거짓이 없어야겠지요. 항상 아이를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그가 되살려낸 베르테르는 한없이 섬세하고 순수해보인다. 하지만 그 순수함 속에 뜨거운 불덩이를 감추고 있기도 하다. 롯데를 향해 절규하는 2막에서 그 에너지는 객석을 술렁이게 한다. 그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양적으로 볼륨이 높다기 보다는 않지만 질적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감정선을 조절하면서 끌고 가다 중간중간 터뜨려주는 게 '베르테르'의 포인트"라고 강조한 그는 "마음에 들만큼 끌어올리지 못해 속상할 때도 있지만 최선을 다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있다"고 말했다.
"항상 변신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 '베르테르' 또한 그런 맥락에서 선택한 작품"이라는 그는 "잔상이 남는 배우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이달 30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