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1.04 03:04
무대는 기이하다. 중앙에 저울(또는 시소)을 닮은 구조물이 있고, 바닥엔 사람이 통과할 만한 구멍이 3개 있다. 배우들은 각자 스트레칭, 줄넘기, 발성, 펜싱 연습 등을 하며 몸을 푼다. 음악에 올라타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기도 한다. 연극 '스카펭의 간계'(연출 김태용)는 이렇게 간과 쓸개까지 보여줄 것처럼 접근해 온다. 관객을 무장해제시키려는 전략이다.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가 쓴 희극은 단순하다. 나폴리 청년 옥타브(진선규)와 레앙드르(박지홍)가 아버지들이 집을 비운 사이 각자 사랑에 빠졌는데 결혼에 필요한 돈이 없다. 아버지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둘은 절망한다. 이때 속임수 잘 쓰는 하인 스카펭(김동곤)이 나선다.
극단 수레무대의 '스카펭의 간계'는 배우들의 등·퇴장이 볼거리였다. 저울 구조물의 한쪽 밧줄을 잡고 구멍 아래로 퇴장할 때, 그 무게를 이용해 반대쪽 구멍에서 새로운 인물이 올라왔다. 힘을 주고받는 작용·반작용의 원리였다. 무대 아래로 추락해 사라지는 퇴장, 널뛰기처럼 구멍에서 솟아오르는 형식의 등장도 재미있었다. 훈련된 몸과 정교한 호흡이 요구되는 장면들이었다. 옥타브의 아버지 역을 맡은 백원길·김동곤·진선규 등의 희극 감각도 좋았다.
신선한 무대와 웃음만으로 연극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스카펭의 간계'는 보기 드문 장치와 재미로 관객을 집중시켰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늘어졌다. 코미디도 강펀치가 아니라 작은 웃음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 함께 살면서 연극을 만들고 그 수입으로 생활하는 극단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공동체 극단의 앙상블과 저력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9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