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묘미를 간직한 뮤지컬

입력 : 2010.10.27 09:49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대부분의 뮤지컬 팬들은 아직 극단 ‘죽도록 달린ㄴㄴㄴ다’를 잘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 연극계에서 가장 장난꾸러기 집단이며 그런 만큼 상당수의 마니아 팬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할 때조차 평범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극단 ‘죽도록 달린ㄴㄴㄴ다’에게 뮤지컬은 음악이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터다. 그렇다고 음악이라는 이 놀이의 재료가 이들에게 생경한 것은 아니다. 극단 ‘죽도록 달린ㄴㄴㄴ다’의 전속 작가 한아름은 뮤지컬 '영웅'의 대본과 작사를 담당했으며, 연출가 서재형은 오페라는 물론 다수의 무용 작품을 연출한 바 있다.

뮤지컬이라는 놀이터에 들어서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성공한 드라마나 영화의 인지도를 살려 뮤지컬로 그 성공을 이어가려는 시도가 많지만,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이 아무리 주목받았던 작품이라 할지라도 연극계에 한정된 인지도로 뮤지컬 장르에서의 효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리라. 차라리 새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편할 수 있을 터이지만,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을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선택한 것은 두 장르를 직접적으로 충돌시켜보는 특별한 경험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굳이 ‘각색’이라 말하지 않고 ‘충돌’이라 말하는 것은,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은 이야기의 전개 자체가 연출적인 개념과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장르’로 각색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해야만 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극의 각 장면을 노래로 치환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연극 장면을 그대로 두고 필요한 부분에 노래를 삽입하는 형식을 취했다.

'왕세자 실종사건'은 그 제목이 말해주듯이 실종된 왕세자를 찾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실상 이 작품 속에서 전개되는 사건들은 왕세자 실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아니다. 왕세자의 실종은 다른 이야기를 위한 핑계다. 그리고 이 이야기 안에는 또 하나의 탐문이 담겨 있는데, 그것은 내관 구동이가 과연 남성을 회복했는가, 그리하여 회임한 자숙의 아이가 실제로는 임금의 아이가 아닌 구동의 아이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다른 이야기의 핑계다. 실제로는 궁 밖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온 자숙을 위해 내관이 되는 것까지도 무릅쓰며 궁에 들어온 구동의 사랑의 깊이를 드러내는 것이 이 연극이 담은 이야기의 골자다.

주제가 지나치게 멜로 드라마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형식적 놀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뮤지컬은 연극보다 더 직접적인 장르다. 뮤지컬은 무언가를 가려놓지 않고 눈앞에 드러내놓는다. 그렇기에 구동과 자숙의 애잔한 사랑이 노래를 타고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이 두 인물뿐만 아니라, 최상궁, 중전, 임금 등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동기 또한 노래를 통해서 훨씬 명확히 드러난다. 인물들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드라마는 역동성을 지닌다. 그리고 연극에서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해 관객이 짐작하는 것으로 만족하던 것들이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이처럼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은 일반적인 뮤지컬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연극이 뮤지컬을 품고 있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을 불완전한 모습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소극장 뮤지컬의 한 흥미로운 형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표현 방식으로 연극의 지형도를 넓혀온 극단 ‘죽도록 달린ㄴㄴㄴ다’는 이번에는 뮤지컬의 지형도를 한층 넓혀놓을 것이다. 그리고 뮤지컬 애호가들에게 역으로 연극 또한 사랑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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