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일상도 눈부시다, 그 손 닿으면

입력 : 2010.09.21 03:05

印 수보드 굽타 국내 첫 개인전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부엌 용기로 조각이나 설치 작품을 제작해왔다. 인도의 부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쟁반이나 도시락, 우유통을 거대하게 만들거나 용기 하나하나를 겹겹이 쌓아 작품으로 보여준다. 그의 손에 의해 '일상'은 숭고한 아름다움을 발하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굽타의 작품은 인도의 일상을 아름답게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식사를 담아내는 그릇은 일상의 소중함을 제의(祭儀)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수많은 인도인의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용기의 겉은 밝게 빛나지만 속은 텅 비어 있다. 고속성장 속에 굶주리는 인도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나타낸 것이다.

국내 첫 개인전을 열기 위해 방한한 수보드 굽타가 자신의 대리석 작품 앞에 서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국내 첫 개인전을 열기 위해 방한한 수보드 굽타가 자신의 대리석 작품 앞에 서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수보드 굽타는 이처럼 삶의 작고 하찮은 일상 속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 세계 미술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1964년 인도 비하르에서 태어난 그는 가장 인도적인 소재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독특한 언어를 개발해냈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과 천안에서 열리고 있는 굽타의 전시는 국내 첫 개인전으로, 주요 작품이 포함된 회고전으로 볼 수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는 대리석으로 제작한 신작과 회화 작품이, 천안에는 〈집으로 가는 길(The Way Home)〉과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Everything is Inside)〉등 주요 작품이 나와 있다.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는 짐이 잔뜩 실린 차의 윗부분을 형상화한 것으로, 인도의 현재를 보여준다. 성공과 부를 위해 대도시로 향하는 인도인의 치열한 경쟁과 고단함이 드러난다. 작가는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사람들을 향해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고 외치는 듯하다.

굽타는 이번 전시에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조각뿐 아니라 대리석으로 만든 신작도 보여준다.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수보드 굽타는 "대리석은 과거에 신상(神像)을 만들거나 미켈란젤로 같은 거장들이 쓰던 재료였다"면서 "인도가 발전하면서 한 단계 격상된 상황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눈부신 대리석으로 조각된 주전자는 일상적인 삶이 얼마든지 아름다움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리석으로 제작한 해골(〈무제〉)은 '죽음을 생각하라(메멘토 모리)'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02-723-6190, 10월 10일까지) 전시는 무료입장이며, 천안(041-551-5100, 11월 7일까지) 전시는 관람료 2000~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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