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 "잊지못할 공연을 만들겁니다"

입력 : 2010.09.19 22:25

문화의 전당 손혜리 사장 "마음이 통하면 감동 생겨"

"처음 제의받고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사장이라니….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지난 7일 취임한 손혜리(42) 경기도문화의전당 신임 사장은 조심스레 말했다. 수원시 인계동에 있는 전당 사무실에서 14일 만난 그는 말투가 차분하고 옷차림이 수수했다. "손 사장은 정치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 평했던 경기도 한 간부의 말이 떠올랐다.

손혜리 경기도문화의전당 신임 사장은“경기도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찾아가는 문화 공연’을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손혜리 경기도문화의전당 신임 사장은“경기도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찾아가는 문화 공연’을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경기도립극단·무용단·국악단·오케스트라·팝스앙상블 5개 예술단을 거느린 전당의 전임 사장들은 모두 그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도 화려했다. 정동극장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충무아트홀 사장…. 그런 만큼 경기도가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이었던 손 사장을 택한 건 '파격 중 파격'으로 여겨졌다.

"신영복 교수님 책에 그런 글이 있어요. '높은 곳에서 일할 때의 어려움은 글씨가 바른지 비뚤어졌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다리 위에 올라선 사람이 손을 뻗어 높은 벽에 글씨를 쓰려고 애쓰는 삽화가 같이 있었는데, 꼭 제 모습 같더군요. 그 말 명심하고 제 부족한 점 채워줄 여러 분들과 함께 갈 겁니다."

경기도가 손 사장을 선임한 배경엔, 8월 중순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맡은 배우 조재현(45)씨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손 사장은 2008년 서울문화재단에서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연극 지도자로 나선 조 이사장을 처음 만났다. 그래서 손 사장은 지금도 조 이사장을 '선생님'이라 부른다.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친했던 건 아니에요. 같이 일하면서 저를 좋게 보셨던가 봅니다."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시절 손 사장은 김덕수·강동석·김대진·남경주·김동규처럼 쟁쟁한 예술인을 섭외해 돈도 안 되는 청소년 교육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조 이사장도 그때 '손 팀장'이 설득했던 명사 중 한 사람이다.

"그저 진심으로 일을 했어요. '예술은 마음'이고 마음과 마음이 통할 때 감동이 나오거든요."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예술단 법인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던 터라, 경영하기 녹록지 않을 수 있다. 손 사장은 "업무보고를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이 끝나는) 2년 후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손 사장은 "그래야 소신껏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전당 사람들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꿈, 그것만 생각합니다. 저희가 마음을 모은다면 경기도민들께 좋은 공연, 한 번 봐도 잊지 못할 경험을 전달해 드리는 건 오히려 쉽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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