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전당 손혜리 사장 "마음이 통하면 감동 생겨"
지난 7일 취임한 손혜리(42) 경기도문화의전당 신임 사장은 조심스레 말했다. 수원시 인계동에 있는 전당 사무실에서 14일 만난 그는 말투가 차분하고 옷차림이 수수했다. "손 사장은 정치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 평했던 경기도 한 간부의 말이 떠올랐다.

경기도립극단·무용단·국악단·오케스트라·팝스앙상블 5개 예술단을 거느린 전당의 전임 사장들은 모두 그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도 화려했다. 정동극장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충무아트홀 사장…. 그런 만큼 경기도가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이었던 손 사장을 택한 건 '파격 중 파격'으로 여겨졌다.
"신영복 교수님 책에 그런 글이 있어요. '높은 곳에서 일할 때의 어려움은 글씨가 바른지 비뚤어졌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다리 위에 올라선 사람이 손을 뻗어 높은 벽에 글씨를 쓰려고 애쓰는 삽화가 같이 있었는데, 꼭 제 모습 같더군요. 그 말 명심하고 제 부족한 점 채워줄 여러 분들과 함께 갈 겁니다."
경기도가 손 사장을 선임한 배경엔, 8월 중순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맡은 배우 조재현(45)씨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손 사장은 2008년 서울문화재단에서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연극 지도자로 나선 조 이사장을 처음 만났다. 그래서 손 사장은 지금도 조 이사장을 '선생님'이라 부른다.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친했던 건 아니에요. 같이 일하면서 저를 좋게 보셨던가 봅니다."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시절 손 사장은 김덕수·강동석·김대진·남경주·김동규처럼 쟁쟁한 예술인을 섭외해 돈도 안 되는 청소년 교육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조 이사장도 그때 '손 팀장'이 설득했던 명사 중 한 사람이다.
"그저 진심으로 일을 했어요. '예술은 마음'이고 마음과 마음이 통할 때 감동이 나오거든요."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예술단 법인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던 터라, 경영하기 녹록지 않을 수 있다. 손 사장은 "업무보고를 받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이 끝나는) 2년 후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손 사장은 "그래야 소신껏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전당 사람들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꿈, 그것만 생각합니다. 저희가 마음을 모은다면 경기도민들께 좋은 공연, 한 번 봐도 잊지 못할 경험을 전달해 드리는 건 오히려 쉽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