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끝나고 온 가족 연극 나들이 어때요?

입력 : 2010.09.20 03:15

연극·뮤지컬·쇼

기울었던 달님이 꽉 차오르는 추석. 이 무렵엔 공연도 많아진다.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에 볼만한 연극·뮤지컬·쇼를 가려 뽑았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발레 무용수를 꿈꾸는 11세 소년 빌리를 따라가는 성장 드라마다. 영화가 원작으로 2005년 영국에서 초연돼 호주·미국까지 500만 관객을 모았고 서울 공연이 아시아 초연이다. 지난해 토니상에서 작품상 등 10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야기는 엄마 없는 소년의 꿈, 가족의 반대, 탄광촌의 파업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친다. 빌리가 그림자와 추는 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불러내는 남편에 대한 기억, 발레 코치가 부르는 노래 '샤인(Shine)' 등 결핍으로 요동치는 장면일수록 잔상이 길다. 창의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안무와 엘튼 존의 음악이 만난다. 엄마와 아들, 아빠와 아들의 조합이 아니어도 관객 만족도가 높다. 서울 LG아트센터. 1544-1555

엘튼 존의 음악을 쓴 가족 뮤지컬‘빌리 엘리어트’./매지스텔라 제공
엘튼 존의 음악을 쓴 가족 뮤지컬‘빌리 엘리어트’./매지스텔라 제공
◆연극 '너와 함께라면'

스물아홉 먹은 딸 아유미가 신랑감 켄야를 데려오는데 맙소사, 70대 노인이다. 장인 쿠니타로는 "오늘 아드님은 안 오시나요?"라고 묻는다. 오해는 쌓이고 이야기는 꼬여간다.

'너와 함께라면'(연출 이해제)은 올해 나온 코미디 중 최고다. 일상에서 소재를 골라 밥을 지었을 뿐인데 달고 차지다. 상식을 뒤집는 시선으로 폭소탄을 날린다. 속이고 속기, 기대와 추락, 꿈과 현실 등을 능란하게 주무르면서 그 틈새에서 건져 올리는 웃음이 신선하다. 배우 서현철은 표정·몸짓·능청은 물론 정확한 타이밍까지 희극 연금술의 극점을 보여준다. 서울 대학로 이다1관. (02)766-6007

실컷 웃을 수 있는 연극 '너와 함께라면'./연극열전
실컷 웃을 수 있는 연극 '너와 함께라면'./연극열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칼춤으로 무대가 열린다. 300년 반목해온 두 집안 사이에 기어이 사랑이 움튼다.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연출 오태석)은 우리말과 몸짓, 소리로 셰익스피어를 한국화했다.

로미오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입맞춤을 하곤 "내 입술이 짊어진 죄, 당신 입술로 씻겠소"라고 눙친다. "성(姓), 이름 구겨버리고 날 가져" 했던 줄리엣이 "손가락 넣어서 내 사랑 도로 게워"라고 투정하는 장면도 앙증맞다. 극의 진행은 칼싸움보다 빠르다. 첫날밤 커다란 이불 홑청 속에서 벌어지는 술래잡기, 된장과 함께 독약을 먹는 대목 등이 재미있다. 21일부터 서울 남산국악당. 1544-1555

◆러시아 국립 아이스쇼

러시아 국립아이스발레단의 내한 무대다. 1부는 차이콥스키 음악을 배경으로 아이스발레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공연하고, 2부에는 에어쇼, 훌라후프 묘기, 불꽃 서커스 등이 포함된 갈라쇼가 이어진다.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출신인 알렉세이 모토린, 아나스타샤 이그나티에바 등이 출연해 트리플 악셀 등 고난도 기술을 보여준다. 외투를 준비하는 게 좋다. 23~26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 1599-6171

◆뮤지컬 '뒤돌아보는 사랑'

서울예술단의 댄스 뮤지컬‘뒤돌아보는 사랑’./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이 그리스 신화 중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비극을 댄스 뮤지컬로 만들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공연을 준비하다 오해로 틀어지는 부부 무용수, 죽은 아내를 찾아 지옥으로 가는 오르페우스의 여정이 겹쳐진다. 주인공은 몸짓으로만 이야기를 표현하고 코러스가 노래와 연기를 보탠다. 셀(cell) 형식의 무대가 기대되고 한국무용·현대무용·재즈댄스 등 춤이 다양하다. 이기도가 연출하고 정혜진이 안무했다. 17~28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01-7888

◆뮤지컬 '빨래'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뮤지컬 '빨래'(추민주 작·연출)에서 이 노래 '슬플 땐 빨래를 해'에는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돼 있었다. 위로받아야 할 사람이 더 슬픈 남을 어루만지는 풍경에 세상이 조금은 맑아진 느낌이다. 슬픔이라는 이불 빨래를 밟고 헹구는 동안 웃음이 번진다는 점에서 빨래는 여성들의 만병통치약 같다. '참 예뻐요'를 비롯한 솔롱고의 노래는 부피감이 좋고, "어제 같은 얼룩을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로 흐르는 나영의 '빨래'에는 눈물 자국이 있다. 소박한 감동이 있는 뮤지컬이다.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 (02)928-3362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