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9.09 03:03
뮤지컬 '피맛골 연가'
"타오르고 타올라 고운 재가 되어/ 피고 또 지어 향기로 남아/ 이 밤의 품 속에 영원히 안기리/ 아침은 오지 않으리…."
죽어 헤어졌던 김생(박은태)과 홍랑(조정은)이 딱 하룻밤 만나 '아침은 오지 않으리'를 노래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주제곡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는 멜로디와 노랫말이었다. 박은태의 부드러움, 조정은의 힘이 균형감 있게 어울렸다. 귀가 호강했다.
죽어 헤어졌던 김생(박은태)과 홍랑(조정은)이 딱 하룻밤 만나 '아침은 오지 않으리'를 노래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주제곡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는 멜로디와 노랫말이었다. 박은태의 부드러움, 조정은의 힘이 균형감 있게 어울렸다. 귀가 호강했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배삼식 작·유희성 연출)'는 서정적인 우화(寓話)였다. 동화 같은 무대는 살구나무의 혼령 행매(양희경)가 부르는 노래 '한 천 년'으로 열고 닫힌다. "한 천 년 기다려 보면 오시려나/ 저 골목 돌아서 떠나간 사람…." 이야기는 조선시대 피맛골을 배경으로 서출(庶出)인 김생의 고난, 그의 목숨을 구하는 여인 홍랑, 둘의 사랑과 이별을 따라간다. 비극이지만 동성애를 비롯한 다양한 사랑 풍경과 빨래 춤 등 안무에는 웃음기가 배어 있다.
장원급제자가 어사화를 쓰고 거리를 행진하는 유가행렬(遊街行列), 풍물패의 길놀이, 혼례 풍경, 수묵담채화 같은 무대는 한국적이었다. 김생이 배에서 강에 빠지는 장면은 거친 물의 출렁임을 영상과 함께 표현해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쥐들이 이끌어가는 2막은 산만하고 어지러웠다. 갈등을 푸는 더 경제적인 해법은 없었을까. 대사와 노래 사이의 이음매가 거친 대목들도 거슬렸다.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를 비롯해 배삼식이 쓰고 장소영이 곡을 붙인 노래들은 그윽했다. 이 뮤지컬은 사실적인 무대와 우화적인 무대, 감정이입을 부르는 사랑과 납득하기 어려운 사랑 사이의 틈새를 좁혀야 한다. 너무 큰 진폭은 재미가 아닌 얼룩으로 남기 때문이다. 새로운 길을 내려고 한 시도, 배우들의 앙상블은 인상적이었다.
▶1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