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人 32役… 끝나면 녹용 먹었죠"

입력 : 2010.09.09 03:03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으로 돌아온 김성녀

2000년대 들어 가장 성공한 모노드라마로 평가받는 '벽 속의 요정'(배삼식 번안·손진책 연출)이 올해도 다시 관객을 만난다. 지난 2005년 초연해 올해의 예술상, 동아연극상 연기상 등을 받은 김성녀의 1인극으로, 올해는 제20회 이해랑연극상을 받은 기념무대로 마련됐다. 배우 김성녀는 "10년간 해마다 하기로 다짐한 작품이고 이젠 '자식' 같다"고 말했다.

‘벽 속의 요정’을 공연하는 김성녀.
‘벽 속의 요정’을 공연하는 김성녀.
'벽 속의 요정'은 일본 작가가 스페인 내전을 다룬 원작을 1930~90년대 한국으로 옮긴다. 아버지가 40년간 벽 속에 숨을 수밖에 없었던 가정, 벽 속에 요정이 있다고 믿는 딸의 이야기다. 김성녀는 무대에서 다섯 살 딸부터 엄마, 아버지, 건달까지 혼자 32개의 헛것(배역)을 가로지른다. '없지만 있는' 인물들과 에너지를 주고받고 몸을 부대끼는 것이다. 톰방톰방 빗방울 같은 소녀부터 능글맞은 건달까지 놀라운 변신술, 목소리의 변주가 두드러지고 방점이 필요할 땐 묵직한 감정으로 객석을 흔든다.

"이 연극은 저만의 방법으로 다져지고 있어요. 이번엔 기운과 정열보다는 노련미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강약과 완급 조절에 신경 쓰고, 감정 표현도 찰랑찰랑 넘치게 했다가 때론 건조하게 바꾸면서 변화를 주려고 해요. 1년 더 늙었으니 어떻게 달라질지, 저도 궁금해요."

혼자 무대를 책임져야 하는 모노드라마는 '배우의 무덤'으로 불린다. 가진 재주를 바닥까지 긁어내야 하고, 연극이 망가지면 배우의 연기 인생도 동반추락하기 때문이다. 김성녀는 "마당놀이를 오래 하다 보니 모노드라마를 향해 '나도 한 번…'이라는 열망이 있었다"면서 "'벽 속의 요정' 무대에 처음 오를 땐 무인도에 혼자 남은 기분이었고 대사를 잊어버릴 만큼 긴장했다. 끝나면 녹용 먹으며 힘을 충전했는데 이젠 자식처럼 편안하다"고 했다.

배우는 관객을 위한 팁을 덧붙였다. 김성녀는 "'벽 속의 요정'은 힘겨울 때 희망을 얘기하고 삶을 긍정하면서 감동을 준다"며 "세상에 지친 분, 연기의 재미를 모르는 분께도 권한다"고 말했다. 화·금요일 오후 8시, 수·목·일요일 오후 2시, 토요일엔 오후 3시에 공연한다.

▶16~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747-5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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