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주부들 줄섰다… '모닝 연극' 보려고

입력 : 2010.09.02 03:05

공연 시간 당기자 관객 꽉 차… 30~50대 여성에게 특히 인기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연극열전 시리즈의 하나인 '경남 창녕군 길곡면'(연출 류주연)이 평일 공연시간을 파격적으로 바꾼 첫날 객석은 30~50대 여성 관객으로 가득 찼다. 이 연극은 화·수요일 오전 11시, 목요일엔 오후 4시에 관객을 만나고 금요일만 예전처럼 오후 8시에 공연한다. 연극열전 홍보팀은 "특히 오전 11시 공연은 주부들이 몰리며 매진되고 있다"면서 "가계부를 정리하는 장면에서는 '맞아, 맞아' 같은 추임새가 나올 만큼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공연으로 주부 관객을 모으고 있는 연극‘경남 창녕군 길곡면’. 김선영₩이주원 두 배우의 연기 호흡, 독일어 원작을 경상도 사투리로 바꾼 번안도 호평받고 있다. /연극열전 제공
오전 11시 공연으로 주부 관객을 모으고 있는 연극‘경남 창녕군 길곡면’. 김선영₩이주원 두 배우의 연기 호흡, 독일어 원작을 경상도 사투리로 바꾼 번안도 호평받고 있다. /연극열전 제공

"집세 30(만원), 대출금 60, 차 밑에 들어가는 게 55, 보험 20, 공과금 10, 전화 12, TV랑 신문이 3…."

아내(김선영)와 남편(이주원)이 한 달 생활비를 계산하는 장면에서 부부는 "뺄 건 빼자"며 눈에 불을 켠다. "차? 팔아! 집 전화? 끊어! 우유도 끊고 물만 마셔! 술·담배도…." 남편은 아기 낳을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하려 들고, 아내는 뱃속의 아기를 포기할 마음이 없다. TV·식사·섹스·결혼기념일·임신·술 같은 이야기 소재도 여성에게 친근하다. 현실 바깥으로 떠도는 상상과 남루한 원룸이라는 현실이 부대끼며 웃음을 빚어낸다.

'모닝 연극'이 공연장의 새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의정부 예술의전당이 지난해 모닝 연극 시리즈를 기획했고,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명성황후'도 화·수요일엔 오전 11시 30분 브런치 공연으로 진행된다. 모두 주부 관객을 겨냥한 '시(時)테크 실험'이다. 지난달 25일 오전 11시에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본 왕경순(40·서울 돈암동)씨는 "주부인 친구 세 명과 같이 봤는데 한가한 시간대고 할인도 받아 대만족이었다"면서 "저녁은 가족들이 돌아오는 시간이라 몸을 빼기 어렵고 교통 체증도 심하지 않으냐"고 했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1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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