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개인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마이클 슐츠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 이수경의 눈은 피곤함과 고뇌, 열정이 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이수경은 작년 독일 데사우의 오라니엔바움 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 〈Broken Whole〉을 서울로 가져와 개인전을 열고 있었다. 서울 전시에도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와 '불꽃' 시리즈가 나왔다.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는 깨진 도자기를 이어붙인 것으로, 언뜻 보기에는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지만 한 번 더 들여다보면 전통에 대한 작가만의 독특한 해석과 재창조를 보여준다. 도예가 임형택의 가마터 등에서 주워온 도자기 파편을 모아 다시 붙인 작품으로, 한국의 전통적 미감을 현대미술에 어떻게 재현할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다.
'번역된 도자기'는 1990년대 설치와 영상, 퍼포먼스 작업을 보여왔던 작가가 2000년대 들어 새롭게 시도한 시리즈다. 도자기 파편을 일일이 손으로 다시 붙인 작가는 "이 작업이 아니었다면 미쳐버렸을지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개념미술 중심으로 활동해오면서 뭔가 정신적 허기를 느꼈다는 말이었다.
내면으로 눈을 돌린 작가는 '불꽃' 시리즈도 이어오고 있다. '불꽃' 시리즈는 불화(佛畵)나 부적(符籍)을 그릴 때 사용하는 경면주사로 그린 작품이다. 캔버스 위에 온통 붉은 불꽃이 생경하면서도 제의(祭儀)적이고 주술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작가는 "불꽃 시리즈를 작업할 때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머리를 비우고 작품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독일 전시에 이어 해외 전시 요청을 받고 있는 작가는 "해외에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전시를 소홀히 하면 국제 미아가 되고 만다"고 말했다. 이수경은 "작품이 소장되기 전에 한 점이라도 더 국내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번 전시를 열게 된 동기를 밝혔다. 작가는 "앞으로 영적인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29일까지 열린다. (02)546-7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