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그림·공연과 함께 뛰놀며 소통하다

입력 : 2010.08.23 00:19

장애·비장애 형제를 위한 예술치료캠프
도그테라피·팬터마임 등으로 형제끼리 즐기며 우애 다져
"아이들이 마음 나눌 때 보람"

22일 오전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청소년수련원에 마련된 야외무대. 연미복을 입은 마술사가 지팡이에서 오색 손수건을 뽑아냈다. 어린이 관중들 사이에서 '우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술에 집중했지만 "쉬(소변) 마렵다", "업어달라"며 봉사자를 보채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행사에 참여한 김시원(13·가명)군은 "엄마를 괴롭히는 동생이 밉다"며 "동생이 정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발달장애(2급)를 앓는 10살짜리 동생을 둔 김군은 "수백 번을 참다가도 한번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고 했다.

22일 서울 불광동의 한 수련원에서 열린 세계예술치료협회‘형아, 같이 가’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세계예술치료협회 제공
22일 서울 불광동의 한 수련원에서 열린 세계예술치료협회‘형아, 같이 가’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세계예술치료협회 제공
이날 행사는 김군처럼 장애아동 형제를 둔 어린이와 장애아동들을 위한 예술치료캠프 '형아, 같이 가'였다. 세계예술치료협회(World Art Therapy Association) 서현정(48) 대표가 지난해부터 여는 프로그램이다. 21일부터 1박2일간 진행된 이번 캠프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 형제·자매가 함께 개를 만지며 교감하는 도그 테라피(dog therapy),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팬터마임·공연 관람 등을 통해 우애를 다졌다.

서 대표는 6년 전 연극치료협회가 마련한 캠프로 자원봉사를 다녀오면서 예술치료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장애아를 자녀로 둔 친구가 아이를 연극치료캠프에 보낸다며 자원봉사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해서 따라갔다"며 "처음엔 내 말에 귀도 기울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실망했는데, 마지막 날 '헤어지기 싫다'며 울던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후 서 대표는 IT 벤처사업을 접고, 용인대에서 드라마 테라피(drama therapy)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해 6월 세계예술치료협회를 설립했다. 그는 "자유롭게 즐기며 문화와 예술로 치료하면서 장애·비장애 형제들이 손을 마주 잡는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고 했다.

이날 예술치료캠프에는 90명이 참가했다. 참가비는 무료이고, 장애아동에게 자원봉사자가 1대1로 배정돼 세심하게 돌봤다. 자원봉사자 이해나(22·대학생)씨는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지만 예술치료는 잘 몰랐다"며 "아이들이 함께 눈을 맞추며 손을 잡아끌 때면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병태(35) 기획실장은 "1회 행사 때 만난 아이가 나한테 '수고했어'라며 등을 토닥거려줬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소통하는 법을 몰랐던 아이들에게 예술치료가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캠프에 대해 부모들도 만족했다. 오미래(52)씨는 "아이가 캠프생활을 하면서 어른스러워지는 걸 느꼈다"며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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