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성악에서 대중가요까지… "가족 문화나들이에 딱"

입력 : 2010.08.22 23:20

700회 공연 맞은 '서초금요문화마당'… 94년 클래식 콘서트로 시작
이후 다양한 장르로 확대해 가족 단위 관객들에 인기… 다른 지역 관객도 30% 넘어

'Remember 1994, 그리고 새로운 출발'.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인근 서초구민회관 대강당 앞에는 '서초금요문화마당' 700회 기념 공연을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지난 1994년 3월 시작해 매주 금요일마다 주민들의 눈과 귀를 풍성하게 해준 금요문화마당은 올해 17년째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최장수 무료 음악회로 자리 잡았다. 이날 공연에서는 백발이 성성한 어른부터 갓난아기까지 한자리에 모여 강당 800여석을 빼곡히 채웠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지휘 하성호)가 '왕벌의 비행',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등 친숙한 멜로디를 연주하자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추기도 하고, 성악가 고혜욱과 강진모가 'Time to say goodbye'를 노래하자 기립박수를 쳤다.

지난 20일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서초금요문화마당 700회 공연에서 연주하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음악회는 지난 1994년 3월 시작해 올해 17년째를 맞이했다. /서초구 제공
지난 20일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서초금요문화마당 700회 공연에서 연주하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음악회는 지난 1994년 3월 시작해 올해 17년째를 맞이했다. /서초구 제공

지난 17년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해 '베스트 관객상'을 받은 이재형(71·서초2동)씨는 "이 음악회 때문에 서초를 떠날 수 없었다"며 "정서적으로 건전한 문화 시민을 만들어주는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금요문화마당에는 연령 제한이 없어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많이 온다"며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제2의 베토벤·모차르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음악교사인 장은영(51·방배동)씨는 "질 높은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건 고마운 일"이라며 "매주 공연 내용을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서비스 덕에 보고 싶은 공연은 미리 체크해 뒀다가 꼭 참석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최장수 무료 음악회

이날 공연은 서울팝스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고혜욱, 테너 강진모, 뮤지컬가수 최동호 등이 출연했다. 관현악 오케스트라에 색소폰, 드럼, 전자기타 등이 더해져 마치 재즈바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슬픈 곡조의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은 경쾌한 삼바 리듬으로 재탄생했고, 집시풍의 음악 '차르다시'는 점점 빨라지면서 관객들의 호흡마저 가쁘게 만들었다.

첫 공연부터 지금까지 최다(75회) 출연을 기록해 '베스트 마에스트로상'을 받은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지휘자 하성호씨는 "클래식을 편곡해 친숙하게 연주한 덕분에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며 "10여년 전 수해로 우리 연습실이 물에 잠겼을 때 서초유치원 아이들이 앙코르 공연이 끝나자 무대 앞으로 나와 동전을 가득 채운 우유팩 하나씩을 놓고 갔다. 꼬마들의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클래식 콘서트로 시작한 금요문화마당은 친숙한 해설을 곁들이고 국악, 무용, 대중가요, 어린이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확대했다. 8살 미만의 어린이도 입장이 가능해 가족 단위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참여한 관객만 해도 46만9000여명이나 되고 마니아층도 형성돼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들을 데리고 공연장을 찾은 박현주(43·반포동)씨는 "임신했을 때도 음악회에 참석해 자연스럽게 태교가 되어서인지 아들은 노래 박자를 잘 맞춘다"며 "전 장르에 걸친 다양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어 가족 문화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기부와 봉사 장소로도 활용

서초금요문화마당은 기부와 봉사의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해 1월부터 공연장 입구에 모금함을 설치해 관객들이 자율적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4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아 이중 300여만원은 지난해 3월 성폭력 피해 가정에 전달했다. 팸플릿을 나누어주거나 공연장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중·고등학생 자원봉사들의 몫이다. 작곡을 공부하는 김현경(16·이화여고 1)양은 "클래식 음악도 듣고 관객들이 즐겁게 음악 감상을 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서 더 보람차다"고 말했다.

서초금요문화마당은 서초구민뿐만 아니라 서울의 다른 지역이나 분당 등 경기도 등지에서 찾는 관객 비율이 30%가 넘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17년 동안 음악회를 이어온 것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족, 친구들과 손잡고 공연장을 찾아준 주민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