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콘서트] 복도 뛰어다니던 개구쟁이도 모차르트 흐르자 지휘자로…

입력 : 2010.08.19 03:05

강일도서관 찾아간 실내악 앙상블

지하철 5호선의 종착역인 상일동역에서도 마을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들어가는 서울 강동구 강일도서관.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지만, 아직 주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라 상가나 문화시설이 그리 많지 않다. 이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 이인숙(42)씨는 "도서관을 개관할 당시엔 주민들이 저희에게 중국 음식점 전화번호를 물어볼 정도로 편의 시설이 적다. 특히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건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이씨는 조선일보가 올 한 해 우리 생활 주변에 클래식 음악을 전파하기 위해 열고 있는 캠페인인 '우리 동네 콘서트'에 정성스럽게 편지를 보냈다.

18일 강일도서관에 특별한 '음악 손님'이 찾아왔다. 부천 필하모닉 악장 출신인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교수(경희대)와 이서현·김혜령(바이올린), 윤진원(비올라), 장유진(첼로), 이민자(하프시코드) 등 6인의 실내악 앙상블이 도서관 강당에서 '우리 동네 콘서트'를 연 것이다. 아이들의 고사리손을 잡고 온 가족 관객들로 미리 준비해둔 좌석 100석이 모자라 연주 무대 바로 앞의 마룻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교수(왼쪽)가 이끄는 실내악 앙상블이 18일 강일도서관에서 연주회를 열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교수(왼쪽)가 이끄는 실내악 앙상블이 18일 강일도서관에서 연주회를 열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7세 아들과 3세 딸의 엄마인 양 교수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서 해설을 곁들여 음악회를 진행했다. 국악이나 힙합 음악에서도 즐겨 연주할 정도로 유명한 파헬벨의 캐논(Canon)을 들려주기 전에는 "캐논은 돌림노래의 원리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했고 피아노의 옛 악기에 해당하는 하프시코드는 "너무나 해맑고 고운 소리를 내지만 섬세하고 예민해서 '집안의 상전'처럼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가 "우리 남편은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를 듣고서 '지씨 성을 지닌 선장의 아리아인 줄 알았다'고 했다"고 하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노래(세레나데)와 밤(녹턴), 춤곡(미뉴에트) 등 친숙한 곡조들을 들려주면서도 뚜렷한 주제를 갖고 촘촘하게 음악회를 구성했다. 연주 전에는 복도를 뛰어다니던 개구쟁이 황도균(7)군도 모차르트의 '소야곡(小夜曲)'이 흐르자 의젓하게 앉아서 지휘하는 동작을 지었다. 이들 어린이에게는 첫 클래식 음악회가 됐다. 서울맹학교에서 공부하는 신진희(16)양도 한편에서 조용히 음악을 경청했다. 신양은 "슬픈 곡, 기쁜 곡, 낭만적인 곡이 흐를 때마다 거기에 깃들어 있을 법한 추억이 하나씩 떠올랐다. 짧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우리 동네 콘서트'는 서울시향의 공동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한국메세나협의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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