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 지휘자 음반사를 살릴까?

입력 : 2010.08.12 03:13

옛 공연실황 쏟아져 불황 타개책으로

녹음 비용은 많이 들고, 판매량은 기대에 못 미치고. 불황 속에 주름만 늘어가던 음반업계가 탈출구를 '복고(復古)'에서 찾고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왕년의 명(名)지휘자가 남긴 녹음들을 새롭게 출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지휘자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Giulini·1914~2005·사진)와 세르주 첼리비다케(Celibidache·1912~1996)다. 이들이 생전에 연주했던 브루크너(Bruckner)의 교향곡 실황이 최근 음반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줄리니가 1984~85년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했던 교향곡 7~8번이 실황 음반(테스타먼트)으로 소개됐다. 1967년부터 사반세기 동안 91차례나 호흡을 맞췄던 지휘자와 악단답게, 이들은 바흐와 모차르트의 종교음악부터 말러와 브루크너의 교향곡, 프랑스와 러시아 관현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테스타먼트 음반사는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협연했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비롯해 줄리니와 베를린 필의 실황을 의욕적으로 내놓고 있다.

첼리비다케는 1979년부터 타계할 때까지 17년간 뮌헨 필하모닉을 이끌었던 거장이다. 특히 그가 이 악단과 연주했던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카라얀과 베를린 필의 과도한 조탁(彫琢)에 불편함을 느꼈던 애호가들에게 든든한 대항마 역할을 해왔다. 첼리비다케가 뮌헨 필을 이끌고 일본 도쿄 산토리홀에서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을 연주했던 1990년 실황도 최근 음반 발매(알투스)됐다.

옛 실황을 음반으로 내놓는 건 추가 예산이 거의 들지 않는 데다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붙잡을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이다. 하지만 과거의 음악 자원에 의존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인색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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