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무도 몰라주던 '코러스'들의 노래

입력 : 2010.08.12 03:17

[리뷰] 뮤지컬 '코러스라인'

뮤지컬에는 '코러스'라 불리는 배우들이 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할 때 가장 먼저 나와 인사하는 사람들이다. 대개 극중 이름이 없고 주인공들 뒤에서 합창과 춤으로 배경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코러스라인(A Chorus Line)'은 코러스들을 주인공으로 비추는 뮤지컬이다. "빠밤빰빠 빠바바 밤빠~"로 되풀이되는 친숙한 리듬, 빠르고 역동적인 춤에 들뜰 때 연출가 잭(임철형)이 번호를 부른다. 2, 9, 10, 23…. 댄싱 코러스 8명을 뽑는 오디션에서 이제 무대엔 17명만 남았다. "일이 필요해/ 일을 할 거야~" "난 선택될 거야/ 난 선택됐어~" 같은 합창이 그들의 열망을 들려준다.

뮤지컬‘코러스라인’에서 오디션에 참여한 배우 17명이 자기 얼굴 사진을 들고 서 있다. /나인컬처 제공
뮤지컬‘코러스라인’에서 오디션에 참여한 배우 17명이 자기 얼굴 사진을 들고 서 있다. /나인컬처 제공
잭은 "이력서에 있는 것 말고 자신을 소개하라"고 요구한다. 한 명씩 얼굴에 핀라이트가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고백을 지켜보는 이들의 속마음은 노래가 된다. "미치겠어, 어떡하지?" "뭘 말할까"…. 이야기가 노래와 춤으로 번지는 대목이 매끄러웠다.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발레리나, 140㎝의 단신, 왕따, 별종, 음치, 동성애자…. 숨겨야 했던 사연들과 배우들의 민얼굴이 드러나는 장면이 재미있다. 무명의 코러스를 바라보는 시선도 따뜻하다. 그러나 '코러스라인'은 미국적인 정서와 지역성이라는 한계를 지닌 쇼 뮤지컬이었다. 노래와 춤 솜씨가 부족해 몰입을 방해하는 장면도 여럿 있었다.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졌다.

연습실로 설정된 무대에는 거울과 조명뿐이다. 무대 바닥에는 흰 직선이 그려져 있다. 배우들이 여기 일렬로 늘어서 한 덩어리로 움직일 때, 느리게 춤추며 누군가를 위한 배경이 될 때 이 뮤지컬은 반짝거렸다. "네가 곁에 있으면 모든 걸 잊게 돼~"로 흐르는 노래 '원(one)'에는 가슴을 두드리는 힘이 있었다.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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