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지 못한 축가

입력 : 2010.08.04 23:17

월드컵 개막식 앞두고 떠난 테너 시피보 유작 데뷔음반

지난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렸던 월드컵 개막식 당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축가를 부를 가수로 36세의 흑인 테너를 지명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영국 왕립 음악원을 졸업한 테너 시피보 은체베(Siphiwo Ntshebe·사진)였다. '희망(Hope)'이라는 제목으로 만델라 전 대통령은 직접 작사까지 했지만, 그 희망은 실현되지 못했다. 개막식을 2주 앞두고 시피보가 뇌막염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비운의 테너 시피보의 데뷔 음반이자 유작 음반이 뒤늦게 국내 발매됐다. 개막식에서 부를 예정이었던 '희망'과 함께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가운데 '공주는 잠 못 이루고' 같은 아리아와 영화 음악, 뮤지컬 인기곡 등을 담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크로스오버 성격이 짙다. 시피보는 5세 때부터 교회에서 노래하기 시작했고, 케이프타운의 대학을 거쳐 영국에서 수학했다. 영국 왕립 음악원 재학 중이던 2005년 만델라 전 대통령 앞에서 노래 부른 것을 계기로 올해 월드컵 개막식 축가 가수로 지명됐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데즈몬드 투투 대주교의 제안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젊은 성악가들을 돕기 위한 '시피보 음악 기금'이 설립됐다. 그의 이름 시피보가 지닌 '선물'이라는 뜻처럼, 유명을 달리한 젊은 흑인 가수는 마지막 선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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