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페라 가수 샤일 리 내달 30일 첫 개인음악회

입력 : 2010.08.02 16:16

'한국의 수잔 보일을 꿈꾸며…'

팝페라 가수 샤일 리는 중년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과감한 도전을 펼치고 있다.
팝페라 가수 샤일 리는 중년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과감한 도전을 펼치고 있다.

"신곡을 받아 노래를 부를 때면 천국에 온 기분이에요.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느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어요."

평범한 대한민국 아줌마다. 영어학원 강사이자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 삼십년 세월을 살았다. 음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노래를 배워본 적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노래를 부르겠다고 선언한 건 2005년이었다. 마흔여덟의 나이였다. "꿈에도 꿈꾸지 않았어요. 제가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른다니요. 근데 어느날 갑자기 소나기 만나듯 운명처럼 음악의 길을 만났어요."

아줌마 팝페라 가수 샤일 리(본명 이명희)는 영국의 수잔 보일을 닮았다. 보일은 지난해 영국의 신인발굴 방송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연해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을 불러 스타덤에 올랐다. 마흔여덟의 나이였다.

"제 자신도 몰랐던 끼가 제 안에 있었던 모양이에요.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음악 신동 코니 탤벗의 경우는 여섯살에 자기 재능이 표출된 거라면, 저는 오십이 다 돼서 발현된 거라 생각해요."

샤일 리는 2007년 1집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장의 정규앨범을 냈다. 지난해 내놓은 3집 타이틀곡인 '하늘 사랑 은혜'는 발표 당시 벅스 음원 차트 CCM 부문 2위, 크로스오버 부문 3위, 클래식 부문 6위에 올랐다. "열심히 준비해서 앨범을 내고 나니까 허탈감이 밀려왔어요. 꼭 산후우울증 같더라고요. 3집 앨범에 들어있는 15곡이 전부 다 자식 같아요."

지난 20일 샤일 리는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가 부른 노래에 도전장을 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후속작인 '러브 네버 다이즈(Love Never Dies)'의 동명의 주제가를 부른 것이다. "4월에 발표된 'Love Never Dies'(한국어 제목 '사랑은 영원히')를 듣고 바로 영국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악보를 샀어요. 너무나 대곡이고 훌륭한 분들이 부른 노래이기 때문에 부담은 되지만 그래도 저만의 독특한 음색이 있다고 믿어요. 원곡이 오케스트라 반주인 반면, 저는 피아노 솔로 반주로 불렀기 때문에 색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을 거예요."

1집부터 3집까지 만드는데 약 3000만원이 들었다. "1년 반 동안 영어학원 강사를 해서 받은 강사료를 3집 만드는데 전부 쏟아부었어요. 저라고 왜 노후걱정이 없겠어요. 자아성취를 위해 하고 있긴 한데, 가끔씩 고민은 되죠. 내가 너무 현실적이지 못한 걸까, 너무 꿈만 쫓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럼에도 노래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묻자, 그는 1년전 고인이 된 후배 얘기를 꺼냈다. "고등학교 후배가 큰 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고 병원을 찾아갔어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그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던지. 죽음 앞에선 사는 게 참 별 게 없구나 싶었어요. 그냥 죽는 날까지 나 하고 싶은 거 하다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녀는 다음달 30일 저녁 7시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H홀에서 데뷔 이후 최초의 개인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음원 수입이 한 달에 10만원 정도 돼요. 쏟아부은 투자액에 비하면 터무니 없죠. 아마 와이프가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분들이 집안 말아먹을 일이라면서 말리시겠죠? 그래도 지난 5년 동안 잠자는 시간만 빼고 노래에 온 힘을 쏟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생명력이 긴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