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아♪ 뮤지컬께서 부르셔♬

입력 : 2010.07.22 03:05

'예솔이'에서 소리꾼으로 훌쩍 큰 이자람, '서편제' 여주인공 맡아
"80년대, 아빠와 노래불러 히트 가요톱텐 1위… 길도 못다녀
마지막 '심청가'가 공연의 꽃 얼씨구, 잘한다! 해주실거죠?"

"피부과에 가면 '직업이 뭐기에 주름이 이렇게 많으냐'고 물어요. 판소리를 해서 그렇지요. 나이 먹는 건 두렵지 않은데 거울을 보면 속상해요."

소리꾼 이자람(32)은 자주 웃었다. 그때마다 눈가에 물결무늬가 일렁였다. 1980년대 중반 아버지와 함께 부른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라는 노래로 기억되는 이자람이 8월에 개막하는 창작 뮤지컬 '서편제'(조광화 작·이지나 연출)에서 여주인공 송화 역을 맡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자람이 부를 판소리 심청가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이자람은“뮤지컬‘서편제’에서 송화는 예술가의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는 점에서 내 모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자람은“뮤지컬‘서편제’에서 송화는 예술가의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는 점에서 내 모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렇게 부피가 큰 공연은 처음이에요. '이자람이라는 이 시대의 소리꾼이 길을 제대로 가려면 마니아를 넘어 대중과 만나야 한다'는 제안에 설득당했습니다."

1990년 판소리에 입문한 이자람은 1999년 8시간에 걸쳐 춘향가를 완창했다.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그는 국악뮤지컬 창작단체에서 활동했고, '아마도 이자람 밴드'를 만들어 라이브 공연도 해왔다. 최근엔 창작 판소리 '사천가'로 폴란드 콘탁 연극제에서 최고 여배우상을 받았다.

이자람의 판소리가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 묻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이 나왔다. "'21세기 판소리'요. 소리꾼들이 문화재보호법의 울타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창작에 매진했다면 지금 전통 판소리는 100개가 넘을 거예요. '대중과 호흡하는 판소리'를 하고 싶어요."

이청준의 소설로 출발해 영화를 거쳐 뮤지컬이 된 '서편제'는 소리를 향한 송화의 고단한 여정을 따라간다. 이자람의 국악과 윤일상의 대중음악이 섞이고 영상과 한국무용도 들어온다. 소리 공부 장면, 명창이 과거 회상하는 장면은 이자람의 솜씨다. 17세 송화는 물론 60대의 늙은 송화로도 등장하는 그는 "소리꾼이 춘향가를 부를 땐 춘향·몽룡·향단·방자가 다 나온다"면서 "판소리 공부가 연기 공부"라고 했다.

어린 시절 예솔이(이자람)는 "길을 다니지 못할 정도로" 유명했다. 가요톱텐에서 1위에 오른 적도 있었다. 국악으로 방향을 튼 지 20년이 지난 이자람은 이제 소리꾼·작곡가·배우·무용수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살고 있다. 본인은 뭐라고 불리고 싶을까. 그는 '노래하는 이자람'이라고 했다. "제가 노래를 하고 곡을 짓고 몸도 쓰잖아요. 그냥 '아티스트'라고 하면 좋은데 한국에서 그 단어는 멋을 부리는 것 같아서요."

이자람은 소리의 폭도 넓다. 심청가는 서편제로, 적벽가는 동편제로, 춘향가와 수궁가는 동초제로 부른다. 서편제는 구슬프고 화려하고, 동편제는 곧고 강하며 굵다. 동초제는 서편제와 동편제에서 장점만 취했다. 소리꾼에게 완창(完唱)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다. 이자람은 "8시간 완창을 할 땐 마라톤의 '러너스 하이'처럼 중간에 쉬고 다시 무대에 오를 때 힘겹지만 6시간쯤 되면 '두 시간 남았다'는 희망 한 줄기가 보인다"고 했다.

뮤지컬 '서편제'는 송화가 "버선발로 우루루루루/ 아이고 아버지~"로 흐르는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들려주며 닫힌다. 극적 반전과 감동으로 뭉쳐진 장면이다. 이자람은 "관객이 추임새를 넣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뮤지컬 공연장에서 "얼씨구!" "잘한다!"가 울려 퍼지는 진풍경이 보고 싶어졌다.

▶8월 14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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