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 "시민작가들 주말 예술장터 열렸네"

입력 : 2010.07.18 22:39

고양아트마켓, 예술품 사고팔며 작가들 사랑방 역할도…
장흥아트파크선 전문작가들 작품 판매

17일 오후 1시 고양시 마두동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앞 공터가 18㎡(약 5평) 크기의 천막 10개로 가득찼다. 주말마다 작가들이 손수 만든 생활 예술품을 내다 파는 예술 장터가 선 것이다. 축제 때 임시로 열리던 장터가 올해부터 '고양아트마켓'이란 이름의 주말 시장이 됐다. 이곳에는 프로 작가뿐만 아니라 예술깨나 한다는 지역 주민들이 저마다 가게를 내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들을 팔고 있다. 36개 지역 예술단체와 50여명의 시민 작가들이 생활도자기와 액세서리, 천연비누 등 3000여점을 준비했다.

온 가족이 예술가가 되는 장터

참가비 1만원을 내고 아트마켓에 자리를 낸 노형중(38)·김정원(37)씨 부부는 8살과 6살짜리 아이들과 함께 수저 받침과 찻잔 등을 팔고 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던 주부 김씨가 밤새 직접 구워낸 것들이다. 김씨는 "오늘이 제 작품으로 처음 세상에 데뷔하는 날"이라며 "어린이 손님이 엄마 선물 산다고 꼬깃꼬깃 천원짜리 지폐를 건넬 때 작품을 내놓은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기업 연구원인 남편 노씨는 "주말마다 가족들과 함께 도시락을 싸들고 미술관에 소풍 나온 기분"이라며 "아이들도 장터 곳곳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예술 체험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트마켓에는 노씨를 포함해 모두 일곱 가족이 함께 장터를 꾸리고 있다.

고양아람누리 고양아트마켓에서 어린이들이 도예 작가 한세욱씨와 함께 물레를 돌려 밥그릇을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고양아람누리 고양아트마켓에서 어린이들이 도예 작가 한세욱씨와 함께 물레를 돌려 밥그릇을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장터 입구에 마련된 체험장에는 하루 100명 내외의 어린이들이 작가 선생님과 함께 흙으로 자기 밥그릇을 만들고 있다. 고양에서 도예교육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세욱(33)씨가 하루종일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어린이들과 물레를 돌린다. 한씨는 "5월 처음 개장했을 때 하루 40여명이던 어린이들이 요즘엔 100명을 넘나든다"며 "도심 속에서 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라고 말했다.

작가들은 방학을 맞아 기존에 운영하던 체험 프로그램을 더 알차게 준비했다. 5000원에서 1만원을 내면 비눗가루를 이용해 비누풍차를 만들거나 흙으로 도자기 문패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체험을 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5명을 뽑아 상장과 아트마켓 상품권도 준다. 8월 말에는 이들 중에서 대상과 최우수상도 선정할 예정이다.

시민 작가들의 사랑방 역할도

주말마다 쏟아진 폭우와 무더위에도 아트마켓이 꾸준히 문을 연 것은 특히 시민 작가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지난 5월 개장에 앞서 운영협의회를 구성하고 고양문화재단과 함께 스스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오후 6시면 장터 한가운데에 둘러앉아 자체 회의도 연다.

한승호(37) 운영협의회장은 "아트마켓은 단순히 예술품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시민 작가들이 함께 판로를 모색하고 고민을 나누는 사랑방"이라며 "10명 중 8명이 주부 작가일 만큼 특히 주부들의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말 고양아람누리에서 함께 작품 전시회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양문화재단 한덕수(45) 문화사업팀장은 "비가 오고 참여하는 작가와 시민들이 적더라도 꾸준하게 문을 열어 시민들의 일상적인 풍경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양문화재단은 추가로 220㎡(약 66평) 규모의 상설점인 아트샵도 준비하고 있다.

양주 장흥아트파크에서도 '장흥아트마켓 쨈(JAM)'이 열리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 150명이 주말과 공휴일 야외 컨테이너 박스에서 작품을 직접 소개하고 판매한다. 가로·세로 3m짜리 컨테이너 박스 20곳에서 400~500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올해 장흥아트파크 개관 5주년을 맞아 처음 시도하는 행사로 지역주민과 전국에서 온 신진작가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고양아트마켓과 달리 체험보다 작품에 중심을 뒀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