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페라 '마법'에 푹…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입력 : 2010.07.15 03:07

[리뷰] 가족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

숙제하기 싫다고 마냥 떼를 쓰던 아이는 엄마가 집을 비운 틈을 타서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다. 안락의자와 벽난로, 괘종시계를 마구 발로 차고 잠자리와 개구리를 괴롭히던 아이는 이들이 살아 움직이며 항의하자 놀라고 당황한다. 흡사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처럼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훌륭한 가족 오페라의 주제로 변했다.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 라벨의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이었다.

라벨의 오페라‘어린이와 마법’. /국립오페라단 제공
라벨의 오페라‘어린이와 마법’. /국립오페라단 제공
춤추는 연기자를 무대 복판에 놓고, 노래하는 성악가를 주변에 배치해서 구분한 점이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색이었다. 성악가들로서는 연기 부담을 덜 수 있고, 연기자는 동선이 한결 자유로워지면서 흡입력도 더불어 높아졌다. 흑백이 무대의 주조(主潮)를 이루면서도, 빗자루 나무나 물뿌리개를 이용한 담장 같은 소재로 동화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이 공연은 지휘자 정명훈의 셋째 아들인 정민(26)이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 라벨의 오페라는 관악이나 타악기의 효과를 통해 관현악적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어 젊은 지휘자들이 즐겨 선택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토월극장의 좁은 피트(pit) 때문에 건반 악기와 하프는 오른편에, 타악기는 왼편에 별도로 배치해야 하는 악조건이었지만 정민은 양편을 부지런히 바라보면서 적확한 사인을 보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곡가 뒤카의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나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홀로 곤경에 처하면서 스스로 깨침을 얻는 과정을 그린다. 공연 시작 전의 암전(暗轉)에 놀라서 웅성거리다가도 막상 막이 오른 뒤엔 1시간 내내 집중할 만큼, 어린이 관객들은 라벨 오페라의 '마법'에 단단히 걸린 듯했다.

▶1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6-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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