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계엔 '세대 교체' 바람

입력 : 2010.06.23 23:51

연륜중시 풍토 깨고 20~40대 지휘자 잇따라 취임

로빈 티치아티(왼쪽)와 야닉 네제 세겐.
전통적으로 연륜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지휘계에도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다. 110년 역사의 미국 명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지난 14일 캐나다 출신의 지휘자 야닉 네제 세겐(35)을 차기 음악감독으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현재 지명자 신분인 그는 2012년 정식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 악단은 뉴욕 필하모닉, 보스턴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미국 동부의 '빅 파이브(Big 5)'로 불린다. 전임 음악감독 크리스토프 에센바흐(70), 수석지휘자 샤를 뒤투아(74)의 나이를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 연령이 하향 조정된 셈이다.

뉴욕 필하모닉 역시 지난해 이 악단의 전·현직 부부 단원의 아들인 앨런 길버트(43)가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뉴욕 필은 지난 19년간 거장(巨匠) 쿠르트 마주어(83)와 로린 마젤(80)이 차례로 음악감독을 맡아오다가, 최근 활력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자 방향을 급선회했다.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은 베네수엘라 출신의 구스타보 두다멜(29), 영국 런던 필하모닉은 러시아 출신의 블라디미르 유롭스키(38), 영국의 스코틀랜드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영국의 로빈 티치아티(27)가 잇달아 지휘자로 취임했다.

클래식 음악계도 온라인과 영상이 중요한 매체로 떠오르고 점차 이미지를 중시하면서, 백발이 성성한 노장 대신 단원들보다 젊은 지휘자들이 중책을 맡고 있다. 특히 경제 위기 이후 미국 오케스트라들도 잇달아 봉급 삭감이나 구조 조정의 압력에 시달리면서 흥행력을 갖춘 젊은 지휘자들이 더욱 주목받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지휘에서는 재능이 전부가 아니며, 탄탄한 행정력과 후원의 뒷받침이 없다면 젊은 지휘자를 기용하는 전략이 자칫 위험성 높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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