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ABC] 오케스트라 이름 완전정복, 네 가지만 기억하면 술술~

입력 : 2010.06.17 03:00
심포니와 필하모닉, 방송악단과 오페라 극장까지 오케스트라의 이름은 각양각색이어서 언제나 알쏭달쏭합니다. 악단의 탄생 배경이나 역사적 유래가 천차만별이라 명칭은 조금씩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잣대로 들여다보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오케스트라 이름도 사통팔달(四通八達)로 시원하게 뚫립니다.

우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뉴욕 필하모닉처럼 도시 이름 뒤에 심포니(symphony)나 필하모닉(philharmonic)이 붙는 '일반형'입니다. 예전에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교향악단'으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관현악단'으로 번역했지만, 최근에는 영어식 표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같은 소리(symphony)'는 자연스럽게 교향곡이나 교향악단이 되고, '화음에 대한 사랑(philharmonic)'은 관현악단이 됩니다.

다니엘 바렌보임(오른쪽)이 이끄는‘서동시집 오케스트라’. /워너뮤직 코리아 제공
다니엘 바렌보임(오른쪽)이 이끄는‘서동시집 오케스트라’. /워너뮤직 코리아 제공
다음으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NHK 교향악단, KBS 교향악단과 같은 방송 교향악단이 있습니다. 20세기 들어서 라디오 시대가 열리면서 전파를 통해 음악을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악단들입니다. 방송교향악단이라는 이름은 자칫 관료적으로 보이지만, 20세기 음악의 초연(初演) 기록을 누구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진취적 악단들입니다. '음악의 강국'답게 독일의 방송 교향악단은 조금 복잡하지만 함부르크 중심의 북독일(NDR) 방송교향악단, 쾰른의 서독일 방송 교향악단(WDR), 바덴바덴과 프라이부르크의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SWR) 등으로 정리해두면 쉽습니다.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도 오케스트라가 존재합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악단은 줄여서 '메트(MET) 오케스트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악단은 옛 소련 시절 명칭대로 '키로프 오케스트라'로 부르기도 합니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3년차 이상 단원들이 스스로 결성한 악단이 빈 필하모닉입니다. 오페라 극장의 오케스트라는 전문 교향악단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오페라와 발레부터 콘서트까지 가장 많은 연주회를 소화하면서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교향악단이나 프로젝트 악단 같은 '예외형'이 있습니다. 지난 1999년 명(名)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미국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가 중동의 평화를 꿈꾸며 이스라엘과 아랍의 청년 음악가들을 절반씩 초대해서 창단한 '서동시집(西東詩集)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가 대표적입니다. 총기와 마약·범죄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베네수엘라의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호세 아브레우 박사가 1975년 설립한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Simon Bolivar Orchestra) 역시 음악계에 젊은 기운을 가득 불어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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