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비교될까 걱정? 부담되는 건 늘 음악이죠"

입력 : 2010.06.09 23:22

오페라 지휘 데뷔… 정명훈 셋째 아들 정민

지휘자 정명훈의 셋째 아들인 정민(26)이 다음 달 오페라 지휘자로 데뷔한다. 7월 10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어린이와 마법'이 그 무대다. 정씨는 그동안 부산 소년의집 어린이와 청소년들로 구성된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서 주목받았지만,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올 연말에는 차이콥스키의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오페라와 발레는 연기와 춤, 드라마와 무대,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결합한 종합예술이잖아요. 그래서 전체가 부분보다 아름답기도 하고요. 거기서 예술들을 이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이 음악이에요."

정씨는 수줍은 미소에서 말 한마디 건네기 전에 한참 생각에 잠기는 습관까지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실제 그의 삶도 아버지의 음악적 궤적과 일치한다. 정명훈이 1984년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했을 때 정민이 태어났고, 1989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파리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아버지가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는 지금은 지휘자로서 본격적인 발걸음을 떼고 있다.

그래서 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아버지에 대한 것이다. 정민은 "예전엔 생각하지 못했지만 굉장한 음악가다. 때로는 단원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그것도 아버지가 선택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와 비교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특별히 더 신경을 쓰거나 부담스럽진 않다. 역시 언제나 부담스러운 건 음악"이라며 웃었다.

정씨는 아버지처럼 피아노로 출발했지만 13세 때는 더블베이스를 배웠고 다시 15세부터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등 '악기 방황'을 많이 했다. 그는 "더블베이스의 묵직한 소리가 좋아서 바스티유 극장 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에게 3년간 배웠지만, 레퍼토리가 너무나 적어서 바이올린으로 옮겼다. 처음부터 지휘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지만, 여러 악기를 경험해본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휘자로서 욕심이나 꿈을 묻자 그는 "한국에서는 비슷한 오페라 작품을 많이 연주하는 것이 아쉽다. 차이콥스키나 프로코피예프, 스트라빈스키의 발레나 오페라를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고(長考) 끝에 쓴소리를 빼놓지 않는 것까지 아버지를 빼닮아 있었다.

▶라벨의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 7월 10~18일, (02) 586-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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