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춤 플라멩코, 한국 정서 닮았죠"

입력 : 2010.06.09 03:07

韓·스페인 수교 60주년 공연 앞둔 '롤라 플라멩코 무용단'
정열적인 춤사위에 반해 스페인까지 가서 배워와
"문화 더욱 풍성해지도록 우리 소리와 접목하고파"

"올레(Ole)~!"

허리 아래로 빨간 러플 드레스가 물결 치고, 7㎝ 굽 구두 위에 꼿꼿하게 세운 등이 아찔하다. 2일 서울 잠원동의 한 연습실. 스페인 음악과 빠르게 휘몰아치는 캐스터네츠 리듬 속에 십여 명 무희가 플라멩코를 추고 있다. '롤라 플라멩코 무용단' 단원들로, 한국-스페인 수교 60주년 기념 공연인 '집시의 영혼 카르멘'을 준비하고 있다. 주한 스페인 대사관 등이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12일 오후 4시와 13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집시의 영혼 카르멘’공연을 앞두고 카르멘 역을 맡은 장현주(맨 뒷줄 가운데 짙은 색 드레스)씨와 미카엘라 역인 장씨의 여동생 장경화(맨 뒷줄 왼쪽 끝)씨, 그리고‘롤라 플라멩코 무용단’단원들이 연습하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집시의 영혼 카르멘’공연을 앞두고 카르멘 역을 맡은 장현주(맨 뒷줄 가운데 짙은 색 드레스)씨와 미카엘라 역인 장씨의 여동생 장경화(맨 뒷줄 왼쪽 끝)씨, 그리고‘롤라 플라멩코 무용단’단원들이 연습하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플라멩코는 '뜨거운 심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기교가 뛰어나도 몸동작에서 찬 맛(sabor)이 느껴지면 인정 못 받죠. 스페인과 한국은 기질이 너무 비슷해요. 급하고 정 많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뜨거운 춤, 플라멩코가 우리나라에 빠르게 정착한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 '카르멘' 역을 맡은 (사)한국플라멩코 협회장 장현주(39)씨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 플라멩코 전공과정 디플로마를 취득하고 2002년 포르투갈에서 데뷔 공연을 가진, 국내 플라멩코 전도사다. 초등학생 시절 스페인 교민이던 지인을 통해 플라멩코를 접하고 그 열정적 춤사위에 매료됐다고 한다. 전공인 피아노를 접고 1990년대 후반 스페인까지 날아간 것도 그 때문이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플라멩코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보기보다 장르도 많고 복잡한 게 플라멩코예요. 어렵게 배워 2005년 한국에 왔는데, 배우겠다는 사람도 없고 공연계도 무관심했죠. 연습실 만들고 운영하느라 집까지 팔고…. 고생 엄청 했어요."

그렇게 3명으로 시작한 '롤라 플라멩코 무용단'은 현재 40명으로 불었다. 장 씨는 국립오페라 '카르멘'과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아가씨와 건달들' 등 인기 공연의 플라멩코 연출과 안무를 도맡고 있다.

2006년에는 '국악과 플라멩코의 만남'이란 공연도 열었다.

"판소리와 플라멩코 가수는 발성이 같아요. 두 문화 모두 가슴에서 열정을 뿜어내죠.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 바로 우리 소리·춤사위와 플라멩코의 만남입니다. 결국엔 우리 문화가 더욱 풍성해지는 작업이 되겠죠."

장현주씨는 "플라멩코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춤"이라고 말한다. "자기 표현을 강하게 직접 하는 춤이에요. 일본인이 플라멩코에 열심인 까닭이기도 하죠. 가슴 속 '화'가 풀리니까요. 또 척추를 뒤로 젖히기 때문에 자세가 교정되고 몸에 탄력이 붙어요. 군살도 빠지고요. 손과 발바닥을 쉼 없이 두드리니 혈액 순환도 도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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