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에도 전시 10개 준비한 정열의 예술가

입력 : 2010.06.02 00:22

20세기 대표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 별세

20세기를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화가인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가 3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99세.

부르주아는 거대한 거미를 형상화한 조각작품 '마망(Maman)'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1982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MoMA(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여성작가로는 처음으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미국 대표로 참가했고, 1999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90세가 훨씬 넘은 2008년에도 런던 테이트 모던과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회고전이 열렸고, 올해도 10여개 전시가 예정돼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1911년 파리에서 태어난 부르주아는 소르본대학에서 수학과 기하학을 배웠으나,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몽마르트 화가들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배우던 부르주아는 프랑스 입체파 작가인 페르낭 레제를 만나 조각에 재능이 있다는 조언을 받았다. 1938년 미국 출신 미술사학자인 로버트 골드워터와 결혼하면서 뉴욕으로 갔고, 미국의 새로운 예술과 만났다. 그는 마르셀 뒤샹·마크 로스코·윌렘 드 쿠닝 등과 친분을 나누었고,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브루스 나우먼 등과 함께 1966년 '기이한 추상'이란 그룹전에 참가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마망’.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마망’.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부르주아의 작품 세계는 인간의 성과 욕망, 그로 인한 상처와 치유가 중심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자신의 가정교사와 혼외정사를 나누는 것을 목격하면서 깊은 상처를 받았고, 그의 작품은 평생 이를 기억하고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인간과 달리 불변하는 진리를 찾기 위해 기하학에 관심을 가졌지만, 자신을 영원히 지켜줄 것으로 믿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미술로 눈을 돌렸다. 작품 '마망'은 모성의 강인함과 연약함을 거미의 기괴한 형상을 통해 표현한 걸작이다. 그는 남성 성기를 형상화해 작품으로 내놓을 정도로 과감했으며, 드로잉과 설치미술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인간 본성을 탐구했다.

부르주아는 지난 1월 뉴욕 자택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1월 19일자 보도) 때만 해도 100세를 앞둔 고령이 무색할 정도로 매일 2시간씩 작품에 매달렸다. 당시 그는 "예술가가 된 것은 축복이었다. 아직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고 말해야 할 것이 많다"고 했는데 그것이 마지막 인터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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