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5.22 03:11
| 수정 : 2010.05.23 08:57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26층 바깥의 좁은 테라스에 알몸의 남자가 투신하려는 듯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사진>. 다행히 실제 상황은 아니다. 영국의 세계적 조각가 안토니 곰리(60)가 설치한 공공미술 작품이다.
곰리가 자기 몸을 브론즈와 유리섬유로 본떠서 만든 나체 조각 31점을 뉴욕 시내 곳곳에 설치한 공공미술전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 3월 26일~8월 15일)'에 나온 작품 중 하나다. 뉴욕경찰은 전시 전부터 "미술작품이니 놀라지 마라"며 했지만 모든 시민이 여기 귀 기울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시 시작 후 한 달 내내 뉴욕경찰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자살하려는 남자가 있다"는 신고전화를 받고 있다.
현대미술의 주제 중 하나가 '잠깨우기(Awareness)'다. 현대인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공간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 여기에 이런 면이 있었어?"하며 다시 쳐다보게 하고 이를 통해 자기가 처한 공간을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것이다.
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상 '터너 프라이즈' 수상작가인 안토니 곰리는 도시민들에게 익숙한 장소에 낯선 형상을 갖다 놓음으로써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이 처한 공간과 교감하라"고 말해준다.
2007년 런던 시내 곳곳에 이번 뉴욕 전시처럼 설치를 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낮에 멀쩡히 길을 걷다가 갑자기 알몸의 남자를 맞닥뜨리고, 한밤에 빌딩 꼭대기에서 사람이 뛰어내리려는 것을 보게 되는 시민들의 마음이 편할 수만은 없다.
뉴욕포스트지는 "런던은 낡은 벽돌집만 늘어서 있어 지루하니까 이런 작품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뉴욕은 이 작품 아니어도 정신 차리고 봐야 할 게 많다"며 이 작품이 뉴욕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광화문 가림막 작품인 '광화문에 뜬 달'을 만든 설치작가 강익중은 "공공미술은 명랑하게 하는 혁명"이라고 했다. 올 4월 한 달 내내 뉴욕 시민들을 놀라게 한 곰리의 공공미술을 보면 이 말이 생각난다.
혁명이기에 논란 또한 끊이지 않는 게 공공미술이다. 공공미술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건이 있다. 뉴욕 로어맨해튼 페데럴플라자에 1981년 설치됐던 미국 작가 리처드 세라의 작품 '기울어진 호'에 얽힌 스캔들이다.
길이 36.6m, 높이 3.6m인 녹슨 쇠판을 광장에 일으켜 세운 활처럼 휘어진 모습의 조각이었다. 단순한 소재와 형태의 이 조각으로 쇠의 물성(物性)을 발가벗겨 보여주고 시민들이 익숙한 공간을 다르게 경험하도록 해줬다. 미니멀리즘 작가 리처드 세라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매일 여길 지나다니는 시민들에겐 통행에 불편을 주는 철판일 뿐이었다. 논란이 계속되다가 작품을 둘러싼 공청회까지 열렸고 설치 8년 만인 1989년에 작품은 철거됐다.
작가 입장에서 공공미술은 만들고 설치하기 골치 아픈 미술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허락,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게 설치가 됐다 하더라도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고, 반대가 심하면 이렇게 철거까지 된다.
곰리가 자기 몸을 브론즈와 유리섬유로 본떠서 만든 나체 조각 31점을 뉴욕 시내 곳곳에 설치한 공공미술전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 3월 26일~8월 15일)'에 나온 작품 중 하나다. 뉴욕경찰은 전시 전부터 "미술작품이니 놀라지 마라"며 했지만 모든 시민이 여기 귀 기울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시 시작 후 한 달 내내 뉴욕경찰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자살하려는 남자가 있다"는 신고전화를 받고 있다.
현대미술의 주제 중 하나가 '잠깨우기(Awareness)'다. 현대인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공간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 여기에 이런 면이 있었어?"하며 다시 쳐다보게 하고 이를 통해 자기가 처한 공간을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것이다.
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상 '터너 프라이즈' 수상작가인 안토니 곰리는 도시민들에게 익숙한 장소에 낯선 형상을 갖다 놓음으로써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이 처한 공간과 교감하라"고 말해준다.
2007년 런던 시내 곳곳에 이번 뉴욕 전시처럼 설치를 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낮에 멀쩡히 길을 걷다가 갑자기 알몸의 남자를 맞닥뜨리고, 한밤에 빌딩 꼭대기에서 사람이 뛰어내리려는 것을 보게 되는 시민들의 마음이 편할 수만은 없다.
뉴욕포스트지는 "런던은 낡은 벽돌집만 늘어서 있어 지루하니까 이런 작품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뉴욕은 이 작품 아니어도 정신 차리고 봐야 할 게 많다"며 이 작품이 뉴욕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광화문 가림막 작품인 '광화문에 뜬 달'을 만든 설치작가 강익중은 "공공미술은 명랑하게 하는 혁명"이라고 했다. 올 4월 한 달 내내 뉴욕 시민들을 놀라게 한 곰리의 공공미술을 보면 이 말이 생각난다.
혁명이기에 논란 또한 끊이지 않는 게 공공미술이다. 공공미술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건이 있다. 뉴욕 로어맨해튼 페데럴플라자에 1981년 설치됐던 미국 작가 리처드 세라의 작품 '기울어진 호'에 얽힌 스캔들이다.
길이 36.6m, 높이 3.6m인 녹슨 쇠판을 광장에 일으켜 세운 활처럼 휘어진 모습의 조각이었다. 단순한 소재와 형태의 이 조각으로 쇠의 물성(物性)을 발가벗겨 보여주고 시민들이 익숙한 공간을 다르게 경험하도록 해줬다. 미니멀리즘 작가 리처드 세라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매일 여길 지나다니는 시민들에겐 통행에 불편을 주는 철판일 뿐이었다. 논란이 계속되다가 작품을 둘러싼 공청회까지 열렸고 설치 8년 만인 1989년에 작품은 철거됐다.
작가 입장에서 공공미술은 만들고 설치하기 골치 아픈 미술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허락,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게 설치가 됐다 하더라도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고, 반대가 심하면 이렇게 철거까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