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콘서트] 거실이 순식간에 '콘서트홀'… 음표 타고 온가족 음악여행

입력 : 2010.05.24 03:18

도봉구 아파트로 찾아간 '응접실 음악회'

음악은 가족을 이어준다. 지난 21일 고교 음악교사인 한숙화(37)씨의 서울 도봉구 창동 13층 아파트에 친정 부모 한인환(71)·조경자(69)씨 부부와 언니 한정화(40)씨 등 일가족 1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친정 부모 한씨 부부는 같은 아파트의 15층에, 언니 한씨 가족은 10분 거리인 노원구 하계동에 살고 있다.

평소 중랑천이나 북서울 꿈의 숲에서 자주 함께 산책을 하는 이들 가족의 이날 주제는 음악이었다. 우리 일상 곳곳에 클래식 음악을 전파하기 위해 올해 조선일보가 펼치고 있는 캠페인 '우리 동네 콘서트'가 이들 가족의 아파트에서 응접실 음악회를 가진 것이었다.

수원시향의 오보에 수석 연주자인 이윤정(38)씨가 초대 손님으로 나왔다. 피아니스트 이유현씨의 연주에 맞춰 바흐의 '아리아'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자, 아파트 응접실은 곧바로 무대로 변했다. 연주자를 위해 가족들이 정성껏 과일과 음료수를 마련한 부엌이 대기실이 됐다.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음악 풍경에 가족들의 박수는 곡이 끝날 때마다 멈출 줄 몰랐다.

모녀(母女) 연주자인 오보이스트 이윤정(오른쪽 위)씨와 첼리스트 안유리(오른쪽 아래)양이 21일 한숙화씨의 아파트 응접실에서 실내악을 들려주고 있다. /오진규 인턴기자
모녀(母女) 연주자인 오보이스트 이윤정(오른쪽 위)씨와 첼리스트 안유리(오른쪽 아래)양이 21일 한숙화씨의 아파트 응접실에서 실내악을 들려주고 있다. /오진규 인턴기자
직접 곡 소개를 맡은 이씨는 "가정집에서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서 안방이나 마루에서 쉬는 것처럼 편안한 곡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오보에로 멘델스존의 가곡 '노래의 날개 위에'를 들려주자, 연주곡도 그대로 사람의 호흡이 실려 있는 노래처럼 들렸다. 바로 눈앞에서 박수를 받은 연주자 이씨는 "오보에는 듣기에는 무척 쉬워 보이지만, 연주하는 입장에선 무척 숨이 차고 힘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한씨 가족은 다시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연주자인 이씨는 이날 첼로를 공부하는 딸 안유리(13)양을 함께 데리고 나왔다. 부엌에서 어머니의 오보에 연주 모습을 보면서 연방 "떨린다"고 하던 유리도 막상 응접실 복판에 앉아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연주하면서 어엿한 '소녀 첼리스트'로 변했다. 영화 '미션'의 주제곡으로 친숙한 '가브리엘의 오보에'에서 어머니 이씨가 우아한 선율을 맡자, 딸은 나지막한 저음으로 든든하게 받쳤다. 마지막 곡 '베네치아의 축제'에서 이씨는 왈가닥 개구쟁이와 콧대 높은 새침데기 같은 오보에의 다채로운 매력을 펼쳐보였다.

이날 1시간여 동안의 응접실 음악회가 끝나자 관객인 한씨 가족도 답례로 '깜짝 음악 선물'을 펼쳐놓았다. 학교 특활 시간에 첼로를 배우는 아들 이유석(10)군이 어머니 한씨의 피아노 반주로 한창 연습 중인 바흐의 미뉴에트를 들려준 것이다. 이번엔 연주자인 이씨 모녀가 응접실에 앉아서 조용히 이들의 연주를 들었다. 음악은 이렇듯 또한 가족과 가족을 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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