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괴한 이미지들이 관객에게 말을 거네

입력 : 2009.05.28 03:14

춘천마임축제 '곤충들의 천문학'

기괴한 이미지들로 속을 채운 러시아 무언극《곤충들의 천문학》./춘천마임축제 제공
소낙비 소리가 차오르는 무대에 산타클로스가 등장한다. 부풀어오른 바지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빨간 모자를 벗어 빗물부터 짜낸 산타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소녀를 광대처럼 분장시킨다. 보따리에서 그가 꺼내놓는 선물은 목발 두 개다. 경쾌한 음악이 익살과 어우러진다. 마침내 두 발로 일어서는 소녀. 산타와의 2인무가 펼쳐진다.

러시아 극단 블랙스카이화이트의 무언극 《곤충들의 천문학》은 기괴한 이미지와 웃음, 공포와 아름다움을 겹쳐 보여줬다. 그 불안한 중첩으로 긴장·이완의 리듬을 만들었다. 끔찍한 형상의 등장인물들과 급박한 경보음, 10개의 조명 파이프들을 번쩍이면서 출발한 공연은 음산했다. 때리고 목을 조르고 쓰러뜨리는 장면들이 뒤따르고 펑펑 대포 터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러나 그 폭력과 요란함은 모든 것이 사라지는 어느 '진공 상태'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다.

지난 25일 춘천마임축제 개막작으로 공연된 《곤충들의 천문학》은 독특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조명 기둥들을 이용한 시각 효과는 어둠의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와 조응했고, 주인공의 가슴 속 등불이 꺼지며 막을 내리는 엔딩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친절하지는 않았다. 상체에 비해 하체가 부실한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처럼 관객은 중간중간 불균형을 경험해야 했다. 2007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우수작에 수여하는 해럴드 엔젤 어워드를 받은 이 작품은 종종 난해했고 장면들 사이의 이음매도 거칠었다.

올해 춘천마임축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야외공연은 대부분 취소했다. 춘천어린이회관과 공지천 일대에서 펼쳐지는 30~31일 도깨비난장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공연 일정은 www.mimefestival.com 참조. (033) 242-0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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