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5.05 23:49
| 수정 : 2010.05.05 23:49
내달 첫 한국 공연 앞둔 '20세기 가장 위대한 연출가' 피터 브룩 인터뷰
드디어 그의 연극이 온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연출가’로 꼽히는 영국의 피터 브룩(Brook·85)이다. 1960년대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를 이끌면서 브룩은 빈 공간에서 현대의상을 입고도 셰익스피어를 공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를 9시간짜리 연극으로 만들었고, 1970년대에는 프랑스로 떠나 다국적 배우들과 작업했던 그의 연출 여정은 도전과 혁신의 상징이었다.
한국에 처음 상륙하는 피터 브룩 브랜드는 지난해 세계 초연된 '11 그리고 12'다. 아프리카 수피즘(이슬람신비주의) 지도자 티에르노 보카의 생애에서 영감을 받은 이 연극은 기도문을 11번 암송하는지, 12번 암송하는지를 놓고 두 종파가 벌인 분쟁을 따라간다. 작은 견해 차이가 무자비한 폭력으로 번지는 과정, 그리고 그 갈등을 봉합하려는 보카의 투쟁을 그린 이 작품은 "장인(匠人) 정신으로 빚어낸 단순한 아름다움"이라는 평을 받았다.
6월 17일 한국 공연 개막을 앞두고 이메일로 만난 브룩은 "세계가 가만히 서 있지 않았듯이, 나도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늘 새로운 비전을 탐색해왔다"고 말했다. 이 거장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다.
―당신이 연설자로 소개를 받고도 가만히 앉아 침묵을 지켰다는 일화를 듣고 연극적이라고 생각했다.
"연극은 매우 농축된 형태의 삶과 같다. 우리 인생의 어떤 상황들은 더 강렬해지면 연극이 된다. 연설도 마찬가지다. 아주 짧아서 의미가 희석되지 않을 때, 또는 셰익스피어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강력할 때 효과적인 연설이 될 수 있다. 침묵은 일상적이지 않기에 더 힘이 세다."
―'11 그리고 12'도 무대·대사·연기가 단순하다. 당신은 연극을 어떻게 정의하나.
"맨손으로 불을 피우는 것과 같다. 주제와 인물들이 서로 부딪치고 그 마찰이 열을 일으키며, 결국엔 불꽃이 된다. 연극은 다 불태울 만큼 강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관객과의 깊은 접촉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나.
"단순함도 순수함도 아니다. 처음엔 열정과 쓰레기로 출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꽃이 일기 시작하면 무엇이 유용한지, 무엇이 집중을 헝클어뜨리는지, 무엇이 제멋대로인지, 무엇이 현란하기만 한지 점점 또렷이 보게 된다. 그럼 무엇을 삭제해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많은 비극을 겪었지만 흥미롭게도 한국의 전통극은 다 해피엔딩이다.
"기꺼이 삶의 불행에 맞서는 길은 두 갈래다. 울음 또는 웃음이다. 우리는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중요한 것은 관객은 극장에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덜 패배적이고 더 용감해진다는 것이다. '11 그리고 12'의 끝에서도 관객은 순수성과 힘을 느끼게 된다."
―21세기의 연극을 어떻게 전망하나.
"연극은 늘 마이너리티(소수)였다. 그러나 그건 엘리트주의와는 다르다. 연극은 의술(醫術)을 닮았다. 약국이 제공하는 대량생산된 약물과 주치의와의 친밀한 상담으로 얻는 것은 분명 다르다. 작고 친근하면서 좋은 연극은 영화·TV 등과 완전히 다른 '무엇'이 될 수 있다."
▶6월 17~20일 서울 LG아트센터. 영어로 공연하며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02)2005-0114
―당신이 연설자로 소개를 받고도 가만히 앉아 침묵을 지켰다는 일화를 듣고 연극적이라고 생각했다.
"연극은 매우 농축된 형태의 삶과 같다. 우리 인생의 어떤 상황들은 더 강렬해지면 연극이 된다. 연설도 마찬가지다. 아주 짧아서 의미가 희석되지 않을 때, 또는 셰익스피어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강력할 때 효과적인 연설이 될 수 있다. 침묵은 일상적이지 않기에 더 힘이 세다."
―'11 그리고 12'도 무대·대사·연기가 단순하다. 당신은 연극을 어떻게 정의하나.
"맨손으로 불을 피우는 것과 같다. 주제와 인물들이 서로 부딪치고 그 마찰이 열을 일으키며, 결국엔 불꽃이 된다. 연극은 다 불태울 만큼 강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관객과의 깊은 접촉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나.
"단순함도 순수함도 아니다. 처음엔 열정과 쓰레기로 출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꽃이 일기 시작하면 무엇이 유용한지, 무엇이 집중을 헝클어뜨리는지, 무엇이 제멋대로인지, 무엇이 현란하기만 한지 점점 또렷이 보게 된다. 그럼 무엇을 삭제해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많은 비극을 겪었지만 흥미롭게도 한국의 전통극은 다 해피엔딩이다.
"기꺼이 삶의 불행에 맞서는 길은 두 갈래다. 울음 또는 웃음이다. 우리는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중요한 것은 관객은 극장에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덜 패배적이고 더 용감해진다는 것이다. '11 그리고 12'의 끝에서도 관객은 순수성과 힘을 느끼게 된다."
―21세기의 연극을 어떻게 전망하나.
"연극은 늘 마이너리티(소수)였다. 그러나 그건 엘리트주의와는 다르다. 연극은 의술(醫術)을 닮았다. 약국이 제공하는 대량생산된 약물과 주치의와의 친밀한 상담으로 얻는 것은 분명 다르다. 작고 친근하면서 좋은 연극은 영화·TV 등과 완전히 다른 '무엇'이 될 수 있다."
▶6월 17~20일 서울 LG아트센터. 영어로 공연하며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