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눔, 사랑의 씨앗이 되어

입력 : 2010.05.04 15:08

자선음악회 '그대 있음에'

내 것만을 챙기기 바쁜 각박한 현실 속에서 가끔은 한 번씩 떠올릴 만한 교훈이 바로 불경 『현우경(賢愚經)』에 등장하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일화다. “…찢어지게 가난한 난타라는 여인이 부처에게 공양하기 위해 온종일 힘겹게 구걸해 돈 한 푼을 모았다. 부처에게 바칠 등(燈)을 위해 여인은 이 한 푼을 지니고 기름집으로 갔고, 여인을 갸륵하게 여긴 기름집 주인은 한 푼어치의 몇 배나 되는 기름을 주었다.

밤이 되어 사람들의 등이 모두 꺼진 뒤에도 신기하게 난타의 등은 끝까지 남아 세상의 어둠을 밝혔다.” 물질의 많고 적음보다 진심과 정성이 소중하다는 이 이야기는 자선 행사가 지녀야 할 나눔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행사의 규모나 금액이 아닌, 작은 정성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데 ‘나눔’의 진정한 미덕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무려 28년 동안이나 이어진 ‘그대 있음에’의 한결같음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음악으로 빈자의 등이 되어준 이 음악회의 중심에는 성라자로 마을과 이들을 보살피는 라자로돕기 회원들이 있다.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성라자로 마을(원장 조욱현 신부). 1950년 한국 천주교 최초의 구라사업(한센병 환우의 치료와 예방, 재활을 위한 사업)기관으로 탄생한 이곳은 소록도와 더불어 국내 한센병 환자들의 대표적 요양지로,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의탁 환자들을 보살펴 온 보금자리다. 현재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노약한 한센병 병력자 80여 명이 라자로돕기 회원들의 도움 속에 만년을 보내고 있다. 국내외 1만 명가량의 회원들이 월 2,000 원씩 십시일반 모은 회비는 이들의 재활을 돕는 든든한 바탕이 된다.

1975년 고 이경재 신부의 주관으로 첫발을 디딘 자선음악회 ‘그대 있음에’는 1983년 정기음악회로 본격적으로 시작, 그동안 수익금 전액을 한센병 환우들을 위해 사용하며 나눔과 희망의 전파에 앞장서왔다. 30여 년 전 라자로 마을을 처음 찾은 이래 긴 인연을 이어오며 음악회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종덕 라자로돕기 회장(성남아트센터 사장)을 비롯해 각계 인사와 예술가들, 공연을 찾은 청중이 28년째 한마음으로 이어온 손길이다. 매해 국내 정상의 음악가들이 뜻을 모아 꾸몄던 ‘그대 있음에’는 올해 박상현이 지휘하는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한국 바이올린계의 대모 김남윤과 그가 이끄는 바이올린 오케스트라, 메조소프라노 백남옥, 가수 조영남, 유엔젤 보이스 등 정상의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통한 사랑의 나눔을 보여준다.

‘그대 있음에’와 라자로 돕기회의 나눔은 성라자로 마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990년대부터는 인도와 몽골・캄보디아・네팔・케냐 등 형편이 어려운 해외 한센병 환우들에게까지 사랑의 전파가 이어지고 있으며, 2008년에는 10개국에 성금을 보냈다. 어려운 시절 받았던 나눔의 고마움을 모아 더 큰 사랑을 실천하는 ‘나눔의 베이스캠프’가 된 셈이다. “머지않아 우리들의 사랑의 씨앗은 싹트리라.” 성라자로 마을의 홈페이지에서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문구대로, 훌쩍 자라난 라자로의 나눔의 씨앗이 더욱 무성한 푸른 그늘로 세상을 비추기를 바란다. 어둠 속을 밝히던 난타의 등불처럼. 

자선음악회  ‘그대 있음에’

일시 : 6월 5일 15시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 031-452-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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