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당분간 상경하지 않고 천안에서 통학했다. 서울 명동에 있던 학교에서 천안까지. 술 한잔 하면 차가 끊겼다.
"잘 데는 없고 술은 취했고. 공중전화박스나 벤치에서 잘 때도 많았다."
왜 굳이 길바닥을 택했을까. "돈은 없고…. '길거리에서 자다 보면 아침에 학교 올라가는 친구들이 발견하고 깨워주지 않을까'라는 계산이었다."
툭하면 집에 안들어가고 술만 마셨으니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었다.
"지금도 옷 입는 거 신경 잘 안쓰지만, 그때는 정말 지저분했다. 여자 동기들이 말을 안 걸었다. 강혜정이 동기였는데 당시만 해도 이미 데뷔를 했으니 유명인사였다. 입학하고 1년이 지날 때쯤 혜정이가 처음 말을 걸었다. 정말 너무 고마웠다."
▶선배들은 그에게 수술을 권했다
'뮤직 인 마이 하트' 소개 책자에 들어갈 사진을 보니 또다시 한숨부터 나온다.
"원래 '사진발'이 별로다. 실물이 더 낫다는 게 칭찬일 수 있지만, 방송 카메라에도 잘 나와야 하는 배우에겐 속상한 일이다. 늘 눈이 밉게 나온다. 내가 내 사진을 봐도 답답하다. 자다 일어난 사람 같고."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쌍꺼풀 수술 얘기를 들었다. 속쌍꺼풀만 살짝 해보라는 유혹이다.
"제대 하고 얼마 안 돼 뮤지컬 '그리스'를 할 때였다. 강지환 선배 뒤에서 코러스를 했다. 지환 형이 날 딱 보더니 '쌍꺼풀 하고, 코도 올리고' 하면서 견적을 내주더라. 방송할 거면 하는 게 좋다고. 병원에 수술 상담하러 다섯 번은 간 것 같다. 근데 내 나이도 이제 서른이고. 사람 인생에 따라 얼굴도 변하는 거 아닌가. 남은 인생에서 내 매력을 잘 만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아줌마들은 그에게 김치를 퍼준다
'뮤직 인 마이 하트'를 하는 동안 5월부터는 '막돼먹은 영애씨'도 시즌7에 들어간다.
"시즌7에선 영애와의 삼각관계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 방송과 뮤지컬을 병행해야 하는데 '영애씨'는 공연이 없는 월요일에만 녹화를 하니까 많이 힘들진 않다."
주인공 장재혁 역엔 보컬그룹 스윗소로우의 인호진과 배우 손승현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부담된다. 가수분과 함께 하니까. 팬도 많을 거고, 티켓 판매도 은근히 신경 쓰인다."
김산호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아줌마 부대다.
"이상하게 유부녀 팬들이 많다. 선물이 다 김치다. '김장을 담갔는데 맛이 잘 들었다'며. 생일 선물로 전자레인지를 단체로 구매해줄 때도 있고 햇반세트를 보내줄 때도 있다. 내가 자취를 해서 그런 모양이다."
'뮤직 인 마이 하트'는 2005년 초연된 작품. 청각 및 언어장애가 있는 여자 작가와 인기배우인 남자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밝고 단아하고 순수한 여자와 배려심 많은 남자가 현실의 벽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라고 김산호는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