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전부터 브람스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입력 : 2010.05.04 00:42

3년 만에 음반 발표 백건우

3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하고 기자 간담회를 가진 피아니스트 백건우. 이날 아내
인 배우 윤정희도 동행했지만“남편의 비서로서 참석한 것일 뿐”이라며 멀리 앉은 채 촬영을 사양했다. /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제공
'건반 위의 구도자'도 아내 자랑에선 예외가 아니었다. 3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한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3일 간담회 자리에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詩)'에 출연한 배우인 아내 윤정희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저도 처음 영화를 보고 무척 놀랐어요. 어떻게 연기에 저렇게 빠질 수 있을까. 촬영 이전까지는 이창동 감독과 크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지만, 너무나 정확하게 '인간 윤정희'를 꿰뚫어보는 능력에 감탄했어요."

연주회와 녹음, 간담회와 연습 등 남편 백건우가 있는 곳이면 언제든 동석하는 아내 윤정희는 이날도 오른쪽 끝에 앉아서 "답하지 마"라고 웃으며 말렸다. 하지만 백건우는 "(아내의 연기를) 곁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다.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대단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최근 체코 필하모닉(지휘 엘리아후 인발)과 협연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음반을 발표했다. 2005년부터 만 3년간 꼬박 매달렸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이후 3년 만의 새 음반이다. 그는 "미국 줄리아드 유학 시절에 씁쓸하게 헤어져야 하는 가난한 연인들을 그린 영화 'L자 모양의 방(L-Shaped Room)'을 보았다. 당시 영화에 흐르던 브람스의 협주곡이 너무나 강렬하고 아름다워서 당장 연습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1962년 만들어진 영국 영화이니, 올해로 48년째 브람스와 '사랑'에 빠진 셈이다.

이 협주곡은 작곡가가 25세 때 발표한 작품이다. 그는 앞으로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 2번도 함께 녹음해서 전곡 음반을 반드시 완성하고 싶다고 할 만큼 브람스의 협주곡에 애착을 보였다. 백건우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지휘 파보 예르비)과 이 곡을 협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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