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는 노래만 하나 가슴 뛴다면 도전하라"

입력 : 2010.04.28 23:38
성악·지휘·사진… 만능 테너 쿠라

지난 2003년 2월 독일 함부르크 오페라 극장. 1부에서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연주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2부에선 무대 위로 올라왔다.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팔리아치》에서 주인공 카니오 역을 맡기 위해서였다. 전반에는 지휘자로, 후반에는 성악가로 무대를 누빈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출신 테너 호세 쿠라(Cura)였다.

다음달 4일 한국에서 독창회를 갖는 쿠라에게 전화 인터뷰로 그 이유를 묻자 "왜 도전하면 안 되는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과 도전을 찾아나서는 건 언제나 즐겁다"고 말했다. 쿠라는 "15세 때 음악을 배우면서 처음 했던 일도 합창단 지휘였다. 대학에서도 작곡을 전공했고, 전업가수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28세 때였다"고 말했다.

다음 달 고양아람누리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테너 호세 쿠라는 오케스트라 지휘와 오페라 연출,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는 팔방미인 예술가다. /고양문화재단 제공
다음 달 고양아람누리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테너 호세 쿠라는 오케스트라 지휘와 오페라 연출,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는 팔방미인 예술가다. /고양문화재단 제공
쿠라는 성악과 지휘뿐 아니라 오페라 연출과 사진작가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한다. 그는 "2007년부터 매년 한 작품씩 연출을 맡고 있는데, 오페라를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2년 전 스위스 편집자의 제안으로 사진집을 냈지만 사진은 '목표'가 아니라 '취미'일 뿐"이라고 했다.

쿠라는 1994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성악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3대 테너'의 뒤를 이을 '제4의 테너'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남성적이고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베르디의 《오텔로》 등에서 강한 매력을 발산하며 도밍고와 자주 비교됐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대가와 비교되는 것은 영광스럽지만, '제4의 테너'는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말했다.

쿠라는 이번 내한무대에서 《팔리아치》 가운데 〈의상을 입어라〉, 《오텔로》 가운데 〈내가 칼을 들었다고 두려워 마오〉 등을 부르고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 서곡,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등 두 곡에서는 코리안 심포니를 직접 지휘한다.

▶호세 쿠라 내한공연, 5월 4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아람누리. 1577-7766


영혼 울리는 시각장애 테너 보첼리

히트곡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를 사라 브라이트만과 함께 불러서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시각 장애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Bocelli)는 오페라 가수가 꿈이었다. 팝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성악가에 가까운 그는 1998년 이탈리아 칼리아리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의 주역 로돌포를 맡으면서 그 꿈을 이뤘다. 2002년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나비 부인》 공연 때는 인력거를 타고 등장하는 참신한 연출의 도움도 받았다.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내한공연을 여는 안드레아 보첼리는 팝과 클래식을 넘나들면서 오페라 무대까지 서는 시각 장애인 성악가다.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제공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내한공연을 여는 안드레아 보첼리는 팝과 클래식을 넘나들면서 오페라 무대까지 서는 시각 장애인 성악가다.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제공
다음달 2일 내한 콘서트를 갖는 보첼리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너무나 간절히 무언가 사랑한다면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체 없이 시도하면서 새로운 걸 발견하고,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보첼리는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연주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음반을 발표했다. 보첼리는 "마에스트로(정명훈)는 처음 만났을 적부터 '음악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며, 단 하나의 음표도 더 좋게 표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평생 해나간다면 훌륭하게 이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역경과 싸우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안기면서 지금까지 6000만장 이상의 음반이 팔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종종 "얇고 신경을 자극한다"(뉴욕 타임스)거나 "위엄과 예술은 안중에 없이 놀이터의 아이처럼 와락 달려든다"(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는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에 한정한다면 분명히 나보다 순수지향적 자세를 취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하지만 나는 둘을 섞지 않고 엄격한 구분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보첼리는 이번 내한 무대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가운데 〈여자의 마음〉 등의 아리아와 〈오 솔레 미오〉 〈산타 루치아〉같은 나폴리 민요를 부른다.

▶안드레아 보첼리 내한공연, 5월 2일 오후 7시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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