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악기·장르 '다국적 연합군'의 환상 호흡

입력 : 2010.04.21 23:40

[리뷰] 첼리스트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

첼리스트 요요마[馬友友]가 이끄는 '실크로드 앙상블'의 내한공연이 열렸던 지난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 위에서 한국의 김동원이 장구를 치면서 신명을 일으키자, 객석 뒤편에서는 일본의 전통 관악기 샤쿠하치(尺八) 연주자 고지로 유메자키와 중국의 파오(巴鳥) 연주자 우통이 나란히 가락을 불며 입장했다. 한·중·일의 악기가 은은하게 뒤섞일 즈음, 다시 김동원은 구음(口音)으로 가락을 살포시 얹으면서 즉흥연주로 운치를 이어갔다. 비단길을 따라 동·서양 문화교류의 자취를 좇는 '실크로드 앙상블'의 공연은 이렇듯 입장 장면부터 이채로웠다.

요요마(왼쪽에서 세 번째)와 실크로드 앙상블. /예술의전당 제공
요요마(왼쪽에서 세 번째)와 실크로드 앙상블. /예술의전당 제공
이 무대에서 요요마는 터키 작곡가 아흐메드 아드난 사이군의 '무반주 첼로를 위한 파르티타'를 선보였다. 다시 중국계 페루 작곡가 가브리엘라 레나 프랑크의 곡에서는 중국의 생황과 비파가 남미의 작품과 어울리고, 다시 서양 현악기들이 중국 악기와 조응해갔다. 연주자의 국적부터 악기와 장르까지 '다국적 연합군'으로 구성된 이들 앙상블 14명은 문화가 상호 교류에 의해 탄생한다는 걸 그대로 보여줬다.

문화교류는 바닷길을 따라서 이뤄지기도 한다. 김동원이 쓴 '뱃노래'는 한국의 전통선율에 바탕을 두고 뱃사람들의 애환을 음악으로 그려냈다. 요요마를 비롯한 연주자들이 다 함께 "어기어차"를 힘차게 외치며 마무리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요요마는 지난 1998년 실크로드 지역 국가들의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 등 서양 현악기뿐 아니라 중국·일본·한국·이란 악기들이 결합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장구(김동원)와 가야금병창(김지현)이 참여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의 현악 5중주가 뼈대를 이루고 동양 악기들이 협연하는 형식이 적지 않았기에, 자칫 서양 악기의 보편성을 확인하는 무대가 될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동서양 교류라는 뚜렷한 문제의식을 통해 음악시장의 블루 오션(blue ocean)을 개척한다는 이들의 모델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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