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4.20 14:55
황보라가 초콜릿 퐁듀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늘 요리에 자신있다고 큰 소리치던 황보라도 수제초콜릿은 처음입니다. 현재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옥탑방 고양이'에 출연 중인 황보라. 공연이 없던 날, 서울 신사동의 한 초콜릿 카페에서 황보라를 만났습니다. 다크초콜릿을 녹이고, 생크림을 저울에 달고, 완성된 딸기 퐁듀의 맛을 보면서 연극과 배우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배우는 끝없이 배우는 직업…
새로운 무대서 욕망을 배워요"
왕뚜껑 소녀의 초콜렛 공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4차원 소녀의 좌충우돌 연극 도전기
술김에 잤다, 룸메이트와. ㅜㅜ
옆에 자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이불 아래를 들춰봤다. 깊은 한숨을 토한다. 옥탑방 이중계약의 희생양인 남과 여는 방바닥에 금을 그어놓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약조한다. 처음엔 티격태격했지만 금방 허물없는 친구가 됐다. 그러다 집에서 술을 한 잔 했고, 한 잔이 두 잔, 두 잔이 세 잔, 그러다 어어어....
음주 중 우발적 접촉사고가 일어나고 만다. 정은(황보라)은 경민(김동호)이 깨지 않게 기척없이 이불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들어간다. 자는 척 하던 남자도 부랴부랴 일어나서 집밖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불에서 빠져나온 남과 여의 복장. 남자는 사각 팬티 한 장, 여자도 민소매 티셔츠에 짧은 트렁크 속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 "무대 조명이 꺼진 동안 얼른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이불 속에 들어가야 하는데 한번은 너무 급하게 하다 옷이 지나치게 많이 벗겨진 거예요. 아차 싶었죠. 원래는 이불을 두고 나오는 건데 돌돌 말아서 나왔어요. 연출 선생님이 '너만 올라가면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미치겠다'고 걱정을 많이 하세요."
황보라는 4월 8일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첫 공연을 했다. 대학 다닐 때 연극 워크샵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정식 출연료를 받고 일반 관객 앞에 선 건 처음이다.
2시간여의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에게 인사할 때 황보라는 그 큰 눈을 껌뻑거리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때 왜 울었어요?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관객들에게 미안했어요. 너무 떨려서 공연 중간에 기절을 하거나 숨이 멎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제가 무대 울렁증이 심하거든요. 어쨌든 큰 사고 없이 잘 끝낸 게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고. 그래서 울었어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죠."
-연극은 처음인가요.
"학교 때 두 번 했는데 그건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않나요. 참여하는 인원도 워낙 많았고요. 근데 '옥탑방 고양이'는 저까지 배우가 4명 뿐이거든요. 무대 전환하는 것부터 소품, 의상 관리까지 배우가 다 해요. 책임이 막중하죠. 무대 위에선 아무 도움 없이 제 힘만으로 해야 하니까 부담감이 컸어요."
-긴장하다 보면 평소에 안하던 실수도 하게 되잖아요.
"거의 무대에 서있는 매순간 아차 싶어요. 조명 잠깐 꺼진 사이에 통로를 잘 찾아들어가야 하는데 못 찾아서 여기저기 긁히고 멍들고. 잠을 자다가 꿈에서 대사를 까먹어서 깜짝 놀라 깬 적도 많아요. 첫 공연 하기 전까지는 노이로제에 걸려 산 것 같아요. 두세 번 하고 나니까 조금 괜찮아지더라고요"
술김에 잤다, 룸메이트와. ㅜㅜ
옆에 자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이불 아래를 들춰봤다. 깊은 한숨을 토한다. 옥탑방 이중계약의 희생양인 남과 여는 방바닥에 금을 그어놓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약조한다. 처음엔 티격태격했지만 금방 허물없는 친구가 됐다. 그러다 집에서 술을 한 잔 했고, 한 잔이 두 잔, 두 잔이 세 잔, 그러다 어어어....
음주 중 우발적 접촉사고가 일어나고 만다. 정은(황보라)은 경민(김동호)이 깨지 않게 기척없이 이불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들어간다. 자는 척 하던 남자도 부랴부랴 일어나서 집밖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불에서 빠져나온 남과 여의 복장. 남자는 사각 팬티 한 장, 여자도 민소매 티셔츠에 짧은 트렁크 속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 "무대 조명이 꺼진 동안 얼른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이불 속에 들어가야 하는데 한번은 너무 급하게 하다 옷이 지나치게 많이 벗겨진 거예요. 아차 싶었죠. 원래는 이불을 두고 나오는 건데 돌돌 말아서 나왔어요. 연출 선생님이 '너만 올라가면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미치겠다'고 걱정을 많이 하세요."
황보라는 4월 8일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첫 공연을 했다. 대학 다닐 때 연극 워크샵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정식 출연료를 받고 일반 관객 앞에 선 건 처음이다.
2시간여의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에게 인사할 때 황보라는 그 큰 눈을 껌뻑거리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때 왜 울었어요?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관객들에게 미안했어요. 너무 떨려서 공연 중간에 기절을 하거나 숨이 멎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제가 무대 울렁증이 심하거든요. 어쨌든 큰 사고 없이 잘 끝낸 게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고. 그래서 울었어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죠."
-연극은 처음인가요.
"학교 때 두 번 했는데 그건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않나요. 참여하는 인원도 워낙 많았고요. 근데 '옥탑방 고양이'는 저까지 배우가 4명 뿐이거든요. 무대 전환하는 것부터 소품, 의상 관리까지 배우가 다 해요. 책임이 막중하죠. 무대 위에선 아무 도움 없이 제 힘만으로 해야 하니까 부담감이 컸어요."
-긴장하다 보면 평소에 안하던 실수도 하게 되잖아요.
"거의 무대에 서있는 매순간 아차 싶어요. 조명 잠깐 꺼진 사이에 통로를 잘 찾아들어가야 하는데 못 찾아서 여기저기 긁히고 멍들고. 잠을 자다가 꿈에서 대사를 까먹어서 깜짝 놀라 깬 적도 많아요. 첫 공연 하기 전까지는 노이로제에 걸려 산 것 같아요. 두세 번 하고 나니까 조금 괜찮아지더라고요"
▶동성친구와 동거 경험 대본에 반영
서울 종로구 창신동 102번지 5층 옥탑. 정은과 경민, 고양이 두 마리의 보금자리이자,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주무대다. 2003년 고 정다빈과 김래원 주연의 동명 드라마를 무대로 옮겼다. 황보라는 올 초 개봉한 영화 '주문진' 이후 휴식기 동안 연극에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옥탑방 고양이'의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는 봤나요.
"2003년 방송될 때 몇 번 보긴 했는데 연극을 위해서 다시 보진 않았어요. 동거 자체만 빼면 이야기 전개가 다르고, 캐릭터도 변했어요."
-실제로 동거는 해봤나요.
"부산에서 상경한 뒤로는 줄곧 자취를 하면서 친구들이랑 같이 살았어요. 물론 동성 친구죠. 아무리 친해도 같이 살다 보면 규율과 미묘한 신경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청소나 빨래 설겆이 같은 것들, 다들 하기 싫어하니까. 동거하면서 친구들과 겪었던 유치찬란한 에피소드들은 실제로 대본 작업하면서 반영되기도 했어요."
-연극은 방송이나 영화에 비하면 출연료가 그리 높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하지만 경제적인 조건만 보고 출연 결정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이전에도 저예산 영화를 했고. 길게 봤을 때 배우로서 해봐야 하거나 하고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노력한 만큼 돈이 생기지 않아도 끝나면 뿌듯해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니까."
▶8년차 배우, "힘들면 사치다"
황보라는 2003년 SBS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햇수로 배우 생활 8년째.
영화는 '좋지 아니한가'(2007)와 '라듸오 데이즈'(2008), '다찌마와리'(2008), '내 눈에 콩깍지'(2009), '주문진'(2010)에 출연했다. 드라마는 '인간극장'(2004), '토지'(2004), '변호사들'(2005), '비밀남녀'(2005), '레인보우 로망스'(2006), '마이걸'(2006), '연애결혼'(2008).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휴학 중이고 2007년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좋지 아니한가'로 여우신인상을 받았다. 정작 그녀를 대중에 각인시킨 건 2004년 모 식품회사 CF였다. '왕뚜껑 소녀'의 등장이다.
-배우생활 햇수로 8년째네요. 근데 왕뚜껑 걸이라든가 4차원 엉뚱걸 이미지가 아직도 좀 남아있는 것 같아요.
"글쎄요. 영화 다섯편을 했는데 사실 큰 흥행작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때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고 재미있기도 했잖아요. 뭔가 하이킥을 한 방 날릴 만한 찬스가 필요한 것 같긴 해요."
-배우로 살면서 가장 찬란한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영화 '주문진' 촬영할 때였어요. 배우를 그만두려 했거든요. 하명중 감독님께 정말 많이 혼났어요.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아이인가 고민했죠. 다른 건 몰라도 뜨거운 심장만큼은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그게 없다는 얘기일까. 그럼 난 재능도 없고 계속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하고 있었던 건가라는 정체성 혼란 같은 거였어요. 하지만, 영화 찍는 중간에 포기한다는 건 제 자신이 용납할 수 없었어요.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컸고요."
-그렇게 힘들었는데 가장 찬란한 순간이라고요?
"배우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고 그걸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게 그래서 더 의미있는 것 같아요. 배우는 끝없이 배우는 사람이라잖아요. 연기도 하다 보니까 계속 배우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 것 같아요. 배우고 싶다 보니 미치는 게 아닐까?"
-몇몇 여배우들 얘기를 들어보면 '여배우로 살기 참 힘들다'라는 말을 종종 하던데.
"물론 여배우로 사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특별한 혜택이나 보람도 있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연극을 하면서 느낀 건데 연극하는 분들에 비하면 (방송계나 영화계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게 힘들다고 말하는 건 사치인 것 같아요. 세상에 힘들지만 열심히 사는 분들이 얼마나 많나요. 더 힘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서울 종로구 창신동 102번지 5층 옥탑. 정은과 경민, 고양이 두 마리의 보금자리이자, 연극 '옥탑방 고양이'의 주무대다. 2003년 고 정다빈과 김래원 주연의 동명 드라마를 무대로 옮겼다. 황보라는 올 초 개봉한 영화 '주문진' 이후 휴식기 동안 연극에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옥탑방 고양이'의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는 봤나요.
"2003년 방송될 때 몇 번 보긴 했는데 연극을 위해서 다시 보진 않았어요. 동거 자체만 빼면 이야기 전개가 다르고, 캐릭터도 변했어요."
-실제로 동거는 해봤나요.
"부산에서 상경한 뒤로는 줄곧 자취를 하면서 친구들이랑 같이 살았어요. 물론 동성 친구죠. 아무리 친해도 같이 살다 보면 규율과 미묘한 신경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청소나 빨래 설겆이 같은 것들, 다들 하기 싫어하니까. 동거하면서 친구들과 겪었던 유치찬란한 에피소드들은 실제로 대본 작업하면서 반영되기도 했어요."
-연극은 방송이나 영화에 비하면 출연료가 그리 높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하지만 경제적인 조건만 보고 출연 결정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이전에도 저예산 영화를 했고. 길게 봤을 때 배우로서 해봐야 하거나 하고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노력한 만큼 돈이 생기지 않아도 끝나면 뿌듯해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니까."
▶8년차 배우, "힘들면 사치다"
황보라는 2003년 SBS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햇수로 배우 생활 8년째.
영화는 '좋지 아니한가'(2007)와 '라듸오 데이즈'(2008), '다찌마와리'(2008), '내 눈에 콩깍지'(2009), '주문진'(2010)에 출연했다. 드라마는 '인간극장'(2004), '토지'(2004), '변호사들'(2005), '비밀남녀'(2005), '레인보우 로망스'(2006), '마이걸'(2006), '연애결혼'(2008).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휴학 중이고 2007년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좋지 아니한가'로 여우신인상을 받았다. 정작 그녀를 대중에 각인시킨 건 2004년 모 식품회사 CF였다. '왕뚜껑 소녀'의 등장이다.
-배우생활 햇수로 8년째네요. 근데 왕뚜껑 걸이라든가 4차원 엉뚱걸 이미지가 아직도 좀 남아있는 것 같아요.
"글쎄요. 영화 다섯편을 했는데 사실 큰 흥행작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때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고 재미있기도 했잖아요. 뭔가 하이킥을 한 방 날릴 만한 찬스가 필요한 것 같긴 해요."
-배우로 살면서 가장 찬란한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영화 '주문진' 촬영할 때였어요. 배우를 그만두려 했거든요. 하명중 감독님께 정말 많이 혼났어요.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아이인가 고민했죠. 다른 건 몰라도 뜨거운 심장만큼은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그게 없다는 얘기일까. 그럼 난 재능도 없고 계속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하고 있었던 건가라는 정체성 혼란 같은 거였어요. 하지만, 영화 찍는 중간에 포기한다는 건 제 자신이 용납할 수 없었어요.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컸고요."
-그렇게 힘들었는데 가장 찬란한 순간이라고요?
"배우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고 그걸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게 그래서 더 의미있는 것 같아요. 배우는 끝없이 배우는 사람이라잖아요. 연기도 하다 보니까 계속 배우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 것 같아요. 배우고 싶다 보니 미치는 게 아닐까?"
-몇몇 여배우들 얘기를 들어보면 '여배우로 살기 참 힘들다'라는 말을 종종 하던데.
"물론 여배우로 사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특별한 혜택이나 보람도 있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연극을 하면서 느낀 건데 연극하는 분들에 비하면 (방송계나 영화계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게 힘들다고 말하는 건 사치인 것 같아요. 세상에 힘들지만 열심히 사는 분들이 얼마나 많나요. 더 힘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