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콘서트] 분주한 공항에 '여유의 선율'… 여행자 발길도 시간도 멎었다

입력 : 2010.04.16 03:00   |   수정 : 2010.04.16 13:17

인천국제공항 찾아간 서울시향 현악 8중주단

모두 어디론가 길을 떠나는 인천 국제공항 출국장. 음악이 이들의 바쁜 발걸음을 잠시라도 붙잡을 수 있을까. 서울시향과 조선일보가 올해 우리 일상의 현장에 클래식 음악을 전파하는 '우리 동네 콘서트'에서 유쾌한 음악 실험을 벌였다. 15일 오후 4시, 공항 3층 출국장 한복판에서 서울시향의 현악 8중주단이 실내악 음악회를 연 것이다.

서울시향 단원들이 공연 30분 전부터 리허설을 갖자, 이륙 시간을 기다리던 여행객들은 가방을 내려놓고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 예정이던 이공순(75·서울 여의도동)씨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들려오는 선율에 발걸음을 멈췄다. 이씨는 "외손자를 보기 위해 미국으로 가던 길인데 마스카니의 오페라 간주곡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다.

15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서울시향 단원 8명이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다. 조선일보와 서울시향이 펼치고 있는‘우리 동네 콘서트’의 일환이다. /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15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서울시향 단원 8명이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다. 조선일보와 서울시향이 펼치고 있는‘우리 동네 콘서트’의 일환이다. /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15일 인천공항에서 서울시향 단원들이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다. 모짜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뮤지크를 연주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공항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이라는 생각은 단견일 뿐이었다. 첫 곡인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 1악장이 울려 퍼지자 비행기 승무원과 외국인 관광객 부부들이 음악회에 합류했다. 출국 시간이 다가오면 조용히 자리를 뜨고, 다른 여행객이 빈 곳을 자연스럽게 메우면서 음악회 관객은 100여명까지 올라갔다. 한국 출장을 마치고 캐나다 토론토로 돌아가는 길이던 로저 드셴(56)씨는"공항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는 생각이 멋지다"고 말했다. 비행기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책임지는 사무장 안수원(49)씨도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돌아오는 길에 실내악 선율을 듣고서는 근처 자리에 앉아 귀를 기울였다. 안씨는 "음악은 잘 모르지만,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의 음악회를 보기 위해 공항 나들이를 나온 세 자매도 있었다. 인천 경서동에서 온 이임수(68)씨는 "서울시향이 인천공항을 찾아온다는 소식에 전철을 타고 왔다. 자매들이 함께 실내악을 들을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영국 작곡가 엘가가 아내를 위해 쓴 '사랑의 인사'를 지나, 영화 '여인의 향기'에 흘렀던 탱고로 바뀌면서 음악회 열기는 뜨겁게 고조됐다. 알레그로(빠르게)처럼 마냥 분주하던 공항도 실내악이 흐르는 순간만큼은 안단테(느리게)로 여유를 찾은 듯했다. 마지막 곡인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1번 1악장을 해설하면서 서울시향 김진근씨는 "이 시간만큼은 귀족이 된 듯한 기분으로 음악을 맘껏 즐기시라"고 했다. 서울시향 음악회는 우리은행 후원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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