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4.14 23:37
| 수정 : 2010.04.14 23:37
바흐 칸타타와 소녀의 눈빛… 말없이 '희망'을 말하네
197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기 직전, 미국의 29세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McCurry)가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 아프가니스탄으로 잠입했습니다. 옷소매를 꿰매서 필름을 숨겼던 그가 촬영한 사진은 그대로 생생한 기록이 되었습니다. 이 사진들이 이듬해 타임지에 게재되면서 그는 로버트 카파 금메달을 수상합니다.
1984년 맥커리는 다시 아프간 소녀 샤르바트 굴라의 사진을 찍었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표지에 실리면서 그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겁에 질린 듯하면서도 슬픔을 가득 담고 있는 눈동자는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그대로 전달했지요. 이후 맥커리는 1986년 사진 그룹 매그넘의 작가가 되면서 이란·이라크 전쟁과 걸프전, 유고연방 붕괴 등 역사의 현장을 렌즈에 담아냅니다.
1984년 맥커리는 다시 아프간 소녀 샤르바트 굴라의 사진을 찍었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표지에 실리면서 그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겁에 질린 듯하면서도 슬픔을 가득 담고 있는 눈동자는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그대로 전달했지요. 이후 맥커리는 1986년 사진 그룹 매그넘의 작가가 되면서 이란·이라크 전쟁과 걸프전, 유고연방 붕괴 등 역사의 현장을 렌즈에 담아냅니다.
영국 고(古)음악 거장인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Gardiner)는 지난 2000년 '음악의 아버지' 바흐(Bach)의 서거 250주기를 맞아 칸타타 전곡(全曲)을 녹음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음반 시장의 극심한 불황으로 대형 음반사가 중도에 손을 떼자, 그는 직접 음반사를 차리고 '오로지 신께 영광(Soli Deo Gloria·SDG)'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가디너는 바흐 순례를 이어가면서 맥커리의 사진에 눈을 돌렸습니다. 음반사 SDG에서 처음 나왔던 바흐 칸타타 녹음의 표지에는 1992년 맥커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촬영했던 시골 농부의 초상이 담겨 있었지요. 겁먹은 채 정면을 응시하는 아프간 소녀 굴라, 인도의 전통축제에서 붉은 가루를 뒤집어쓴 소년, 중국 복장을 입고 있는 티베트 소녀가 차례로 바흐 칸타타 음반의 표지 인물로 등장했습니다.
새로운 밀레니엄이자 바흐 서거 250주기였던 2000년, 가디너는 바흐가 봉직했던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를 비롯해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런던과 파리 등 유럽 전역의 교회를 순회하면서 바흐의 칸타타를 연주했습니다. 지금 출시되고 있는 음반은 당시 바흐 순례의 기록들입니다. 가디너가 썼던 바흐 순례 일지를 보면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나는 바흐의 음악이 문화와 종교, 음악적 언어와 관계없이 누구나 감동시킬 수 있는 희망과 믿음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전한다고 믿는다"라고 썼습니다.
바흐의 종교 음악이 지금도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이미지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보도사진의 힘을 우직하게 믿고 있는 맥커리의 작품도 세계 곳곳에서 전시됩니다. 특수함은 보편성의 반대말이 아니라, 오히려 특수하기에 보편적일 수 있는 것이지요. 때때로 무모하게 보이는 예술가들의 도전이 진한 감동을 안긴다는 걸, 맥커리의 사진과 가디너의 바흐 음악은 똑같이 일러줍니다.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 5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02)3412-1700
가디너는 바흐 순례를 이어가면서 맥커리의 사진에 눈을 돌렸습니다. 음반사 SDG에서 처음 나왔던 바흐 칸타타 녹음의 표지에는 1992년 맥커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촬영했던 시골 농부의 초상이 담겨 있었지요. 겁먹은 채 정면을 응시하는 아프간 소녀 굴라, 인도의 전통축제에서 붉은 가루를 뒤집어쓴 소년, 중국 복장을 입고 있는 티베트 소녀가 차례로 바흐 칸타타 음반의 표지 인물로 등장했습니다.
새로운 밀레니엄이자 바흐 서거 250주기였던 2000년, 가디너는 바흐가 봉직했던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를 비롯해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런던과 파리 등 유럽 전역의 교회를 순회하면서 바흐의 칸타타를 연주했습니다. 지금 출시되고 있는 음반은 당시 바흐 순례의 기록들입니다. 가디너가 썼던 바흐 순례 일지를 보면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나는 바흐의 음악이 문화와 종교, 음악적 언어와 관계없이 누구나 감동시킬 수 있는 희망과 믿음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전한다고 믿는다"라고 썼습니다.
바흐의 종교 음악이 지금도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이미지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보도사진의 힘을 우직하게 믿고 있는 맥커리의 작품도 세계 곳곳에서 전시됩니다. 특수함은 보편성의 반대말이 아니라, 오히려 특수하기에 보편적일 수 있는 것이지요. 때때로 무모하게 보이는 예술가들의 도전이 진한 감동을 안긴다는 걸, 맥커리의 사진과 가디너의 바흐 음악은 똑같이 일러줍니다.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 5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02)3412-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