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미스 사이공'

입력 : 2010.04.07 23:23   |   수정 : 2010.04.07 23:35

4년전 두 주인공… 더 깊어진 사랑

헬리콥터 소리가 차오르면 1975년 함락 직전의 베트남 사이공이다. 쇼걸들의 노래는 "뜨거운 이곳 사이공/ 불보다 뜨거운 여자~"로 흐른다. 이 클럽 '드림 랜드'에는 두 가지 욕망이 겹쳐진다. 미군 병사들은 전쟁의 긴장을 풀고, 쇼걸들은 미국으로 떠나는 꿈을 꾸는 것이다. 가족도 집도 잃고 여기로 흘러들어온 17세 소녀 킴(김보경)은 미군 크리스(마이클 리)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그댄 햇살 난 달빛/ 하늘을 함께 나눠갖네/ 어떻게 하룻밤 새 왔을까 여기…." 킴과 크리스가 계단에서 부르는 노래 '해와 달'은 비극적 엔딩을 예고한다. 4년 전에도 이 뮤지컬에서 남녀 주인공을 맡았던 김보경과 마이클 리는 호흡이 더 끈끈해졌고 성량과 감정도 충만했다. 하지만 마이클 리의 한국어가 여전히 서툴러 감상을 훼방하는 게 문제였다.

뮤지컬‘미스 사이공’의 헬리콥터 탈출 장면. 배우들의 몸과 3D 입체영상이 만난다. / KCMI 제공
뮤지컬‘미스 사이공’의 헬리콥터 탈출 장면. 배우들의 몸과 3D 입체영상이 만난다. / KCMI 제공
지난달 13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에서 개막해 지난 4일까지 공연한 뮤지컬 '미스 사이공'(Miss Sai gon)은 전체적으로 2006년 무대보다 완급이 나아졌다. 가장 빛난 배우는 엔지니어 역의 김성기였다. 1막 초반에는 좀 불안정했지만 드라마가 깊어질수록 희극성이 살아났다. "편히 죽고 싶다면 나를 따라 해봐~" 같은 능청, 객석을 집중시키는 카리스마, 불굴의 아메리칸 드림이 전해졌다. 김보경은 가녀린 음성과 단호한 감정 연기로 어려운 배역을 견뎌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클로드-미셸 숀버그가 쓴 아름다운 멜로디가 만남과 헤어짐, 아이의 출생, 살인과 자살로 이어지는 비극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내 꿈의 한 장면' '세상의 마지막 밤' '아메리칸 드림' 같은 곡들이 객석과 화학반응했다. 크리스의 아내 엘렌(김선영)과 킴이 수직적으로 서로 다른 공간에서 부르는 '난 아직 믿죠'는 이번에도 강렬했다. 킴에게는 '없지만 있는' 크리스, 엘렌에게는 '있지만 없는' 크리스였다. 이 뮤지컬은 그 결핍을 에너지원으로 전진했다.

헬리콥터 탈출 장면은 이번에도 3D 특수영상으로 표현했다. 바닥을 울리는 진동과 굉음이 실물감을 보탰다. 베트남 통일 경축식과 클럽 장면 등의 앙상블은 4년 전보다 정교하고 단단해졌다. 하지만 공연장의 음향은 아쉬웠다.

'미스 사이공'은 16일부터 5월 1일까지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5월 14일부터는 서울 충무아트홀로 무대를 옮긴다.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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