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의 고국 공연 앞둔 발레리나 강수진

입력 : 2010.04.07 01:14   |   수정 : 2010.04.07 01:38

"중요한 건 오늘… 아직은 기운 넘쳐요"

"심심한 대답인데 아직 팔팔해요. 발레는 몸으로만 하는 건 아니고 정신으로도 하니까 아무리 아파도 즐거워요. 나한테 중요한 건 오늘이에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수진은 은퇴 시기를 묻는 질문에 "오늘을 열심히 살겠다"고 받았다. 2년 만의 내한공연 '더 발레'(9~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앞두고 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레는 춤출 수 있는 시간이 짧은 예술이지만 도 닦는 마음으로 갈 데까지 가겠다"면서 "그날(은퇴)이 온다면 나보다 나은 발레리나를 기르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더 발레'는 여러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모은 갈라 형식이다. 직접 프로그램을 짠 이번 무대에서 강수진은 3명의 발레리노와 파드되(2인무)를 춘다. 1993년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주역에 데뷔할 때 파트너였던 이반 카발라리와는 지리 킬리안 안무의 '구름'으로 호흡을 맞춘다. 5분 가까이 남성 무용수의 어깨 위에서만 춤을 추는 독특한 구성의 신작 '초원과 이슬',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카멜리아 레이디'도 펼쳐진다. 마흔세살 발레리나는 "난 복이 많은 여자"라며 웃었다.

"한국 관객에게 새로운 것으로 시야를 넓혀 드리는 게 제 임무 같아요. 어렵지 않은 모던 발레들입니다. 라흐마니노프, 쇼팽 같은 친숙한 음악들이라 심심하지 않으실 거예요."

강수진은 천안함 침몰 사건을 의식한 듯 "한국 상황이 굉장히 힘들어서 발레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면서도 "슬프고 어려울수록 사람을 만나고 공연을 보면서 위로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통 클래식 발레를 보고 싶다는 질문이 나오자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스완('백조의 호수'의 백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무리 해도 내 것이 아니라서 욕심을 버렸다"며 "대신 드라마 발레로 나를 표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날 참석한 동료 무용수들은 강수진에 대해 '춤 벌레' '파트너를 고무시키는 무용수'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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