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콘서트] 노인병원 적신 바이올린

입력 : 2010.04.01 03:06   |   수정 : 2010.04.01 09:11

'아침이슬' 듣던 말기암 환자 "그냥 좋아서… 눈물이 나네요"

31일 오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서울시북부노인병원 로비.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22)씨가 연주하는 양희은의 '아침이슬'이 울려 퍼지자 휠체어를 탄 폐암 말기환자 노만도(52·목사)씨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부인 김정희(48)씨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줬다. "좋았어? 왜? 옛날 생각이 나요? 행복했어요?" 부인이 묻자 노씨는 잘 돌아가지 않는 혀로 "그냥 좋았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서울시향이 올해 클래식을 우리 일상에 심기 위해 진행하는 '우리동네 콘서트'의 하나로 마련된 이날 음악회는 2006년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진주씨가 친구·후배와 의기투합해 동참했다. 이 캠페인은 서울문화재단·한국메세나협의회·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있다.

음악회는 조씨와 기타리스트 유송현(19)씨가 함께 서태지의 '해피엔드'를 연주하면서 시작됐다. 로맨틱하고 기교가 화려한 파가니니 제11번과 제4번, 첼리스트 반현정(22)씨와 함께한 라벨의 '첼로와 바이올린을 위한 듀오'3·4악장, 나직하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바흐의 소나타 제2번 1악장 등 정통 클래식 곡들이 이어졌다. 조씨가 바흐를 연주하기 전 "바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만든 곡이라 어르신들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링거병을 달거나 코에 튜브를 끼운 채 로비에 모여앉은 100여명의 환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31일 오후 서울시북부노인병원 로비에서 열린‘우리동네 콘서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씨가 연주하고 있
다. / 이재호 기자 superjh@chosun.com
31일 오후 서울시북부노인병원 로비에서 열린‘우리동네 콘서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씨가 연주하고 있 다. / 이재호 기자 superjh@chosun.com

'아침이슬'과 이자이의 소나타 제2번 '집착' 1악장이 끝나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와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이 이어지자 환자들은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불렀다. 한때 클래식광이었다는 이대우(68)씨는 "클래식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연주한다는 게 힘든데 젊은 사람들이 용기 있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자 노만도씨 부부가 조진주씨에게 다가와 "너무 위로가 됐다"면서 사인을 요청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 학사 과정에 재학 중인 조씨는 "아버지가 지난 2007년 신장암으로 세상을 뜨셨기 때문에 병원에 올 때마다 남다른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협찬: 현대자동차그룹·삼성생명

31일 오후 서울 망우동 북부노인병원 로비에서 투병중인 노인들을 위한 우리동네 콘서트가 열렸다. 바이올리스트 조진주씨가 이번 콘서트에 참가해 아름다운 선률을 들려줬다. /이재호 기자 superj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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