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입력 : 2010.03.31 23:19

더 거칠게 강렬하게… 가슴을 '쿵' 쳐달란 말야

"그건 야만적인 욕망이야. 낡은 거리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연출 문삼화)에서 여주인공 블랑쉬(배종옥)는 동생 스텔라(이지하)의 남편인 스탠리(이석준)를 전차(電車)에 빗댄다. "넌 짐승과 결혼했고 어서 여길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덜컹거리는 전차 소리가 효과음으로 들려온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그 '짐승' 스탠리는 블랑쉬의 추악한 과거를 들추며 그녀를 몰아세운다. 블랑쉬는 숨이 가쁘다며 대결을 피한다.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국내에서 공연되기는 오랜만이다. '연극열전'이라는 대중적 기획이 현대의 비극을 골랐다는 점, 배종옥이 여배우들의 로망이라는 블랑쉬를 연기한다는 점, 연극 '라이방' '게팅아웃'에서 거친 에너지를 보여준 문삼화 연출이라는 점 등으로 주목받는 무대였다.

블랑쉬(배종옥·가운데)가 정신병원으로 떠나는 장면. / 연극열전 제공
블랑쉬(배종옥·가운데)가 정신병원으로 떠나는 장면. / 연극열전 제공
하지만 이 '전차'는 힘이 부쳤다. 연극 속으로 관객을 실어나르려면 화장과 향수 뒤에 숨겨진 블랑쉬의 공포, 억센 남성성에 가려진 스탠리의 동요가 엔진처럼 쉼없이 압축·폭발해야 한다. 사이즈(규모)가 큰 배역을 견디기란 어렵다. 그러나 그 고통을 지불하지 않고 좋은 연기를 바랄 수는 없다. 배종옥과 이석준은 거칠고 깊은 숨소리를 들려주지 못했다. 그 결과 비극의 펀치력과 진동이 약화됐다.

라디오를 창밖으로 던지는 장면 등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은 살아났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감정의 진폭과 폐활량이 작아서 "난 진실을 말하지 않아. 진실이어야 하는 걸 말하지" 같은 블랑쉬의 명대사가 무뎌졌다. 블랑쉬와 스탠리는 더 날카롭고 단단해져야 한다. 관객은 가슴을 쿵 치는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다.

▶배종옥·이승비가 블랑쉬를 나눠 맡는다. 5월 23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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