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의 巨匠에게 듣는다] 中 현대미술 작가 위에민쥔

입력 : 2010.03.29 23:38

"차마 눈뜨고 못 볼 현실, 웃지 않고는 못 살 세상…
예술로 사회는 못 바꿔도 사람들 생각 바꿀순 있어…
'정치 팝 아트' 아직 유효"

지난 27일 베이징시 동쪽에 위치한 숭좡 예술촌. 회색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당이 나타났고, 갈색 바지에 검은색 중국 전통상의를 입은 위에민쥔(岳敏君·48)이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위에민쥔은 '시니컬 리얼리스트(cynical realist)'로 분류되는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이다. 그는 커다란 얼굴에 불그스레한 피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놓고 크게 웃는 인물을 담은 '웃음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가 그린 인물은 크게 웃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허하고 냉소적인 웃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배반하는 현실을 비웃고, 폭력적인 현실에 눈감는 자아를 표현한 것이다. 또 그의 작품 〈처형〉은 2007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590만달러에 팔려 세계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위에민쥔은 고교 졸업 후 톈진석유공장의 전기공으로 평범하게 살았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그림에 취미를 붙여온 그는 다시 허베이사범대 미술학과에 들어가 미술을 공부했다. 자아를 복제한 듯한 '웃음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작가는 '웃음 시리즈'에 대해 "끊임없는 웃음을 통해 문화혁명 시기에 겪었던 고통과 개혁개방에 대한 희열을 담았다"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공포와 긴장감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예술작품을 통해 중국 사회의 변화를 읽을 수 있어 좋아하는 것 같다"며 "미술뿐 아니라 중국 영화도 같은 맥락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혁명은 중국 사회나 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중국 예술가들은 다른 나라보다 사회나 현실에 관심이 많아 추상보다 현실에 가까이 가는 작품을 많이 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가는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며 "'정치 팝 (아트)'는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현대미술에서 마오쩌둥이 지시한 문화혁명과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문화혁명은 종교가 없었던 중국인들에게 종교와 같았고, 마오쩌둥은 그들에게 신격화된 우상이었다. 마오쩌둥의 죽음으로 문화혁명이 막을 내리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시작됐지만 서구 물질주의는 혼란을 가져왔다.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 위에민쥔의‘웃음 시리즈’중 작품〈기억1〉.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입을 크게 벌리고 웃고 있지만 과거와 미래에 대한 아픔과 불안을 함께 담고 있다. / 위에민쥔 제공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 위에민쥔의‘웃음 시리즈’중 작품〈기억1〉.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입을 크게 벌리고 웃고 있지만 과거와 미래에 대한 아픔과 불안을 함께 담고 있다. / 위에민쥔 제공
1980년대 중반부터 중국 미술계는 국가 주도에서 탈피하려는 신사조 운동이 본격화됐고, 위에민쥔 같은 작가들은 베이징의 예술촌인 위엔밍위엔에 모여들어 예술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국내외 언론과 외국인에게 노출되면서 세계적인 무대에 알려지게 됐다. 중국의 '정치 팝 (아트)'를 주도한 왕광이는 정치 선전화(宣傳畵)와 코카콜라 같은 서구 상업광고를 중첩시켜 물질주의와 이념을 동시에 비판했다. 위에민쥔은 "예술이 사회를 변혁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사람들에게 생각을 던져주고 생각하게 만든다"며 "예술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자기 그림자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에민쥔은 "초기에는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의 인체 표현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그러나 크게 보면 중국의 전통과 사회주의, 개혁개방으로 인한 서양문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위에민쥔의 응접실 벽에는 그의 '미궁 시리즈' 작품이 걸려 있었다. 작가는 '웃음 시리즈' 이후 '장면 시리즈' '미궁(迷宮) 시리즈'를 보이고 있는데, '미궁 시리즈'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위에민쥔은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작가의 작품은 사회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면서 "나 스스로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겪는 혼란스러움을 2년 전부터 '미궁 시리즈'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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