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3.17 23:53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저승의 神마저 움직인 애절한 선율 빈민가 소년도 첫사랑이 떠올라…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변변한 정규교육도 받지 못한 자말은 콜센터에서 차 심부름을 하는 보조사원입니다. 하지만 처음 참가한 백만장자 퀴즈 쇼 프로그램에서 대번에 2000만루피를 거머쥡니다. 속임수를 썼는지 경찰에서 혹독한 취조를 받는 가운데, 그의 숨겨진 사연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첫 장면입니다.
무굴제국의 가장 빼어난 건축물인 타지마할에서 무허가 관광가이드와 소매치기로 생계를 연명하던 자말은 한밤 야외공연에서 우연히 오페라를 봅니다. 글루크(Gluck)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가운데 아리아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입니다. 오르페오가 세상을 떠난 아내 에우리디체를 부여잡고 "사무치는 고독이여, 헛된 희망이여, 갈가리 찢어진 내 영혼이여"라고 탄식하는 대목에서 소년은 눈을 뗄 줄 모릅니다. 고아로 함께 자라다가 헤어진 소녀 라타카를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무굴제국의 가장 빼어난 건축물인 타지마할에서 무허가 관광가이드와 소매치기로 생계를 연명하던 자말은 한밤 야외공연에서 우연히 오페라를 봅니다. 글루크(Gluck)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가운데 아리아 〈에우리디체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입니다. 오르페오가 세상을 떠난 아내 에우리디체를 부여잡고 "사무치는 고독이여, 헛된 희망이여, 갈가리 찢어진 내 영혼이여"라고 탄식하는 대목에서 소년은 눈을 뗄 줄 모릅니다. 고아로 함께 자라다가 헤어진 소녀 라타카를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혼례식을 치른 신부 에우리디체가 뱀에게 발목을 물려 숨을 거두자 오르페오는 수금(竪琴)을 타며 애절하게 노래합니다. 그 노래가 저승을 다스리는 신(神) 하데스의 마음을 움직여 오르페오는 신부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지만, 에우리디체가 근심과 걱정으로 뒤돌아보는 바람에 다시 저승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지고지순(至高至順)한 사랑 이야기는 숱한 작곡가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지금껏 무대에서 공연되는 최고(最古)의 오페라 가운데 하나인 몬테베르디의 1607년 작품 '오르페오'에 이어서 글루크 역시 펜을 잡았지요. 희가극(喜歌劇)의 대가 오펜바흐도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에서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를 오르페(오르페오)와 외리디스(에우리디체)로 각각 설정하며 신화를 코미디로 뒤집습니다.
이 신화 속 비극은 오페라 연출가들에게도 도전의 대상입니다. 불필요한 대목은 모두 덜어내는 극소주의(極小主義) 미학의 대가(大家) 로버트 윌슨은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 공연에서 그리스풍의 고전적 의상과 푸른 빛이 주조(主潮)를 이룬 조명, 극도로 절제된 동작을 통해 비극성을 되살립니다. 반면 반전(反轉)의 명수인 하리 쿠퍼는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청바지와 가죽 재킷 차림으로 전자기타를 든 록 가수로 오르페오를 설정합니다. 아내를 잃은 오르페오는 공중전화 박스에서 자살하고 맙니다. 바로크 오페라의 '억지 춘향'식 해피엔드를 비극으로 원상복귀시킨 것이지요.
이 비극이 작곡가와 연출가, 영화 속 인도 소년까지 사로잡는 이유 중 하나는 저승의 신마저 움직이는 노래의 힘을 역설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음악이 주는 감동(感動)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도 움직입니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19~20일 통영시민문화회관, (055) 645-2137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지고지순(至高至順)한 사랑 이야기는 숱한 작곡가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지금껏 무대에서 공연되는 최고(最古)의 오페라 가운데 하나인 몬테베르디의 1607년 작품 '오르페오'에 이어서 글루크 역시 펜을 잡았지요. 희가극(喜歌劇)의 대가 오펜바흐도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에서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를 오르페(오르페오)와 외리디스(에우리디체)로 각각 설정하며 신화를 코미디로 뒤집습니다.
이 신화 속 비극은 오페라 연출가들에게도 도전의 대상입니다. 불필요한 대목은 모두 덜어내는 극소주의(極小主義) 미학의 대가(大家) 로버트 윌슨은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 공연에서 그리스풍의 고전적 의상과 푸른 빛이 주조(主潮)를 이룬 조명, 극도로 절제된 동작을 통해 비극성을 되살립니다. 반면 반전(反轉)의 명수인 하리 쿠퍼는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청바지와 가죽 재킷 차림으로 전자기타를 든 록 가수로 오르페오를 설정합니다. 아내를 잃은 오르페오는 공중전화 박스에서 자살하고 맙니다. 바로크 오페라의 '억지 춘향'식 해피엔드를 비극으로 원상복귀시킨 것이지요.
이 비극이 작곡가와 연출가, 영화 속 인도 소년까지 사로잡는 이유 중 하나는 저승의 신마저 움직이는 노래의 힘을 역설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음악이 주는 감동(感動)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도 움직입니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19~20일 통영시민문화회관, (055) 645-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