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3.08 14:40

[OSEN=강희수 기자]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 ‘공파’ 잔 댁스 루(John Dax Lew, 한국명 유재환)의 사진전이 3월 10일부터 23일까지 사진전문 갤러리 ‘갤러리 나우’에서 열린다. 불교에 심취한 작가의 세계를 반영해 전시회 명도 ‘공안과 시다르타’이다. ‘공안’은 불교 용어로 ‘석가모니의 말과 행동’을 뜻하고 시다르타(싯다르타)는 석가모니가 출가하기 전, 태자 때의 이름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에는 크게 부처님이 자리하고 있다. 잔 댁스 루는 미국에서 40년을 활동하다 귀국한 작가로, 드물게 ‘공파’라는 호를 미국명 앞에 붙이고 다닐 정도로 동양적 세계관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탓에 그의 작품들은 사진예술의 한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조형언어로서의 사진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작가는 이미 스스로 싯다르타의 고민에 빠져 있다. 작가노트를 통해 작가는 “모든 것에 대해 다 알 수는 없으나 꼭 이해해야 할 것은 자신의 존재가 이 우주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이다. 왜 존재하는 것일까? 무엇이 행복인가? 왜 모두 늙고 병들어 죽어야 하나?”라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근본적인 물음들에 완벽한 답을 찾을 수는 없을 지라도, 답을 찾으려 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작가는 보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공안 속에서 깨달음을 찾고자’ 했다. 우리 모두가 싯다르타가 될 수는 없기에….
이러한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은 불가의 깨달음이 그러하듯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걷고 있다. 그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틀림없는 사진이다. 사진과 회화의 융화가 두드러져 사진조차도 회화의 일부분으로 녹아 든다. 디지털 사진의 근원이 ‘픽셀’에 있음을 정확히 파악하고 과감히 확대된 사진 속에서 픽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계의 모호함’은 피사체와 구도,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공파는 “존재의 이유를 너무 쉽게 잊어 버리고 살 듯이, 우리는 마치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이런 이미지들을 무심히 스쳐 지나간다.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의 느낌은 대조적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지극히 정직한 본심을 볼 수 있다. 벌거벗은 피부의 조직처럼, 인생의 흔적처럼. 나는 이러한 이미지들 속에서 아름다운 진실을 본다”고 부연 설명을 적고 있다.
공파의 독특한 작품 세계는 영화와, 예술, 문학 그리고 디자인을 공부한 수학과정을 보면 그 배경이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미국 남가주 대학에서는 영화를 전공했고 험볼트 주립대학에서 ‘예술과 문학’을 공부했다. 또한 파슨스 스쿨의 오티스 연구소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연구했다.
1977년 코닥 장학상을 수상했고 1978년 ‘미래의 마스트상’을 수상한 공파의 전시회는 23일까지 갤러리 ‘갤러리 나우’에서 진행된다. 문의 02)725-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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