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일랜드 무용 '리버댄스'

입력 : 2010.03.03 23:42
전자레인지 안에서 옥수수 봉지가 부풀어오르면서 파방팡 터지는 것 같았다. 몸은 팝콘처럼 가벼워지고 손끝과 발끝은 몽롱한 리듬을 탔다. 아일랜드 무용 《리버댄스(Riverdance)》의 탭댄스에 감염되자 나타난 증상이다. 탭댄스는 몸이 통째로 북채가 돼 마룻바닥을 두드리는 타악이었다. 발 구름에 더 깊이 빠져들면 청각과 시각이 하나로 겹쳐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릿속은 맑아졌다.

2일 개막한 《리버댄스》 한국 초연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반복과 변주로 재미를 주는 탭댄스, 이글거리는 불꽃의 춤 플라멩코, 팔에 에어백을 끼고 연주하는 일리안 파이프의 울음, 기교 넘치는 바이올린 독주도 좋았다. 드럼 연주자의 분주한 손놀림에서는 음악의 형체와 성격이 묻어났다. '리버댄스'라는 물길의 곡선과 속도·호흡이 전해지는 것이었다.

《리버댄스》는 1995년 공식 초연돼 지금까지 2200만 관객을 모았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무용수의 수가 기대보다 적어 장중함이 아쉬웠다. 그래서 공연 DVD에서처럼 객석을 압도하는 탭댄스의 밀물은 없었다. 노래가 중심인 2막 초반부도 느슨했다.

《리버댄스》는 빗방울에서 출발해 바다까지 흐르는 강의 일생을 그린다. 남성 무용수들의 힘과 속도, 여성 무용수들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물줄기를 만든다. 탭댄스와 타악 연주가 주고받는 흥, 소프트 슈즈를 신고 춤출 때의 정적(靜寂), 흑인들의 탭댄스 배틀이 객석을 집중시켰다. 쏟아지는 빗줄기, 둥글게 도는 소용돌이, 튀어오르는 점프 등이 물의 일생을 연상시켰다. 하이라이트인 〈리버댄스〉 장면에서는 일렬로 늘어선 채 빠른 탭댄스가 작열했고, 달궈지는 프라이팬처럼 객석의 열기도 상승했다.

심장 박동, 자동차의 엔진 같은 이 공연의 비밀은 무용수들의 구두 밑바닥에 있다. 무선 마이크가 숨겨져 있는 것이었다. 그들에겐 구두가 입이다. 장면보다는 탭댄스 소리나 기합이 더 쉽게 재생됐다. 《리버댄스》의 마법이다.

▶1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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