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홍 '엑토플라즈마'展
미국에서 활동해온 디자이너 출신 작가 잭슨 홍의 개인전 《엑토플라즈마(Ectoplasma)》는 우리가 평소 느끼는 불안한 심리를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엑토플라즈마》는 2년 전 열렸던 그의 전시 《디자인 포 더 리얼 월드(Design for the Real World)》의 연장선상에 있다. 작가는 현실세계를 개선하고 소비자를 위한다는 디자인이 현실세계와 얼마나 분리되고 있나 고민했다. '커먼 센스(Common sense)'라는 문구와 함께 전시된 야구방망이는 야구 경기를 위한 본래 기능 외에도 뒤에 숨겨진 폭력성을 보여준다. 아름답게 제작된 오브제들이기에 이면(裏面)에 담긴 의미가 더욱 섬뜩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작가는 전시에서 현실에 대한 비관적인 세계관 속에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잊지 않았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한층 어두워진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오브제들이 등장하지만, 전시장의 흰 벽과 동일한 색깔로 칠해진 오브제들은 벽에 고정된 가위나 핀에 박혀 있는 스프레이처럼 원래 기능을 상실해버렸다. 오브제들은 두꺼운 벽에 가둬지고 핀에 고정된 박제처럼 보인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품들을 통해 어두운 미래를 시각적으로, 강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2년 전 전시에서는 '비관적 현실'이 깨뜨릴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영영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음성을 들려준다.
그러나 전시장 중앙에 세워진 <먹고 열심히 일하자>가 어둠을 해소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벽에 고정된 오브제들이 하얀 옷을 입은 유령처럼 그려졌다면 콘프로스트 상자를 제단 위에 올려놓은 <먹고 열심히 일하자>는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전시 제목인 '엑토플라즈마'가 심령술사가 보여주는 실체적(또는 조작된) 증거라는 의미처럼, <먹고 열심히 일하자>는 좀 더 힘을 내자는 의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2에서 열린다. (02) 3448-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