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가 가장 두려워한 후배, 팬텀 가면 쓰고 시험대에 서다
▶국가별 유령의 실체는?
'오페라의 유령'은 전세계 27개국, 144개 도시에서 공연됐다. 주인공 팬텀(phantomㆍ유령)은 그 나라의 문화에 따라 독특한 색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등장했던 유령은 아름다운 영혼에 섬세한 감성을 지닌 모습으로 유명하다. 독일 함부르크의 유령은 무뚝뚝하기 그지 없다. 절제된 동작과 우렁찬 목소리에는 게르만 남성 특유의 우직함이 짙게 배어 있다. 미국 혹은 브로드웨이 유령은 섹시한 이미지의 환상적인 느낌이 강조된다. 대서양 건너 웨스트엔드로 장소를 옮기면 음악적인 영감이 가득한 기괴한 천재의 이미지가 뚜렷해진다.(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
한국형 팬텀은 어떤 특성을 가질까.
현재 서울 잠실의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에선 윤영석 양준모가 팬텀 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여기에 한 명이 더 추가된다. 바로 현재 라울 역으로 출연 중인 홍광호다.
홍광호는 "공연 중인 작품 안에서, 그것도 한 시즌에 라울을 하다 팬텀으로 갈아타는 경우는 거의 처음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86년부터 논스톱 장기공연중인 런던 웨스트엔드나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드문 케이스다.
▶라울과 팬텀, 두 개의 가면
홍광호는 '지킬 앤 하이드', '스위니 토드', '빨래' 등을 통해 한국 공연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인물. 지금까지 라울의 가면을 쓰고 있던 그는 어떤 색깔의 팬텀을 연기할까.
"전세계 사람들이 '오페라의 유령'을 사랑하는 건 그 작품과 캐릭터의 특성 덕분이다. 내가 배우로서 잘해보고 싶은 욕심만 가지고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텍스트 안에서 그 장면의 목적과 그 속에서 팬텀이 갖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한 남자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이미 두 명의 팬텀이 호연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홍광호도 부담감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부터 같이 준비했다면 사정이 좀 다를텐데, 지금은 2월말까지 라울을 하다가 다 된 밥에 팬텀으로 새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외롭다. 부담도 되고. 게다가 선배들이 너무 잘하고 있다. 완벽 이상의 팬텀이 2명이나 있는데 과연 저들만큼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다. 내가 스스로를 위안하는 건 단 하나, 팬텀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거다."
홍광호를 얘기할 때 조승우의 이름은 꼭 따라다닌다. 홍광호를 "가장 두려운 후배"로 추켜세우며 그의 재능을 격찬한 이가 바로 조승우이기 때문이다.
"(조)승우 형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선배다. 넘을 수도 없고 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내 앞에 영원히 그렇게 있어줬으면 하고 바란다. 배우로서나 인간적으로 늘 닮고 싶다."
조승우는 뮤지컬 배우로서, 인생 선배로서 늘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해줬지만, 딱 한번 서로의 역할이 역전된 적이 있다. 2008년 말 조승우가 군 입대를 앞뒀을 때다."사실 군입대 전에 일주일 동안 맨날 만나서 군대 교육을 하고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사실 군생활이라는 게 '자기 집 옥상에서 해도 힘들다'고 하지 않나. 요즘도 외박이나 휴가 나오면 거의 매번 본다."
홍광호의 팬텀 데뷔는 다음달 1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