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영
"악보 얽매이지 않고 즉흥 연주 가능 유럽·日에 비해 한국은 '걸음마'
음악도 사회도 포화로 치닫는 요즘, 여백 많고 정갈한 소리 필요해"
―한국에서 바로크 음악이 필요한 이유는.
"음악뿐 아니라 사회까지 모두 포화로 치닫는다. 그렇기에 거꾸로 여백이 많고 투박하고 정갈한 소리로 귀를 정화시킬 수 있는 바로크 음악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클래식 음악도 접근이 쉽지 않은데, 바로크 음악은 더 낯설고 부담스럽지 않을까.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을 연주할 때는 음표 하나라도 바꾸면 큰일날 것처럼 여기지만, 바로크 음악은 그렇지 않다. 국악이나 재즈처럼 언제든 즉흥 연주를 하고, 반복 구절은 얼마든지 변용할 수 있다. 설령 클래식 음악은 어렵더라도, 바로크 음악은 하나도 안 어려울 수도 있다."
―창단 당시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연주자 자체가 없었다. 바로크 음악을 전공하러 유학간 연주자들이 빨리 공부 마치고 돌아오기만 기다렸다(웃음). 우리 스스로 악보를 구하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하나씩 익혀갔다. 지금도 존 홀로웨이와 앤드류 맨지 등 외국 연주자들이 내한하면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많이 배운다."

―현대식 연주와 바로크 악기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바로크 악기는 음량(音量)이 작고 턱받침도 없는데다 음정을 정확히 짚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당장 소리를 내는 것부터 어렵다. 하지만 그 자체가 도전이자 매력이 된다. 떡 주무르듯 바로크 음악을 다루는 명인을 보면 지금도 신(神)처럼 보인다."
―바로크 음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유럽에서는 선구자들을 기준으로 벌써 4세대, 일본도 3세대 연주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우리 단체의 역사는 불과 5년이다. 외국의 수준급 연주단체 음반을 들고 와서 '이렇게 소리를 못 내느냐'고 타박하면 서럽다. 음반을 흉내 내는 건 차라리 쉬울 수 있다. 악보 수집과 번역, 악기 제작과 수리, 음악 이론과 교육까지 모든 분야가 발맞춰서 함께 발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지난 5년간 얼마만큼 성장했다고 평가하나.
"2007년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와 헨델의 《리날도》 등 바로크 오페라를 연달아 한국 초연했다. 올해도 비발디를 주제로 자선연주회와 바로크 음악 교육까지 4~5차례에 걸쳐 조명한다. 하지만 연주회 숫자가 늘어나면 정규 단원들이 빠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객원 단원들로 그 자리를 채우다 보면 정체성의 문제가 반드시 생긴다. 초심(初心)을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포부는.
"백발이 성성한 외국의 바로크 음악인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럽기 그지없다. 특히 예순이 넘은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가 내한했을 때는 우리 멤버들도 많이 울었다. 연륜이 쌓이면 서로 속삭이며 대화하는 것처럼 연주도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우리도 '더도 덜도 말고 20년만 이 멤버로 가자'고 외친다."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대전시립합창단(지휘 빈프리트 톨) 연주회, 3월 11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12일 서울 명동성당, (042)610-2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