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얼음장 같은 이 가족… 낭만적 화해는 없다

입력 : 2010.02.10 23:37

연극 '에이미'

빙하의 깊은 균열 앞에 던져진 느낌이다. 《에이미(Amy's View)》(연출 최용훈)는 건널 수도, 좁힐 수도 없는 갭(gap) 때문에 벌어지는 드라마다. 한 가족의 불화(不和)에 집중하는 이 연극은 거칠게 폭발하며 나아간다. 하지만 낭만적인 화해는 없다. 관객은 얼굴을 때리는 눈발 같은 논쟁 속을 걸어가지만 그 끝은 더 차갑다.

영국이 배경인 《에이미》에서 연극배우인 에스메(윤소정)와 영화감독을 꿈꾸는 사위 도미닉(김영민)은 처음부터 으르렁거리며 물어뜯는다. 에스메의 딸 에이미(서은경)는 괴롭다. 과거(엄마)와 미래(남편), 순수예술(연극)과 대중예술(드라마·영화)이 정면 충돌하면서 한 가족이 부서진다. 에스메는 투자중개인 프랭크(이호재)에게 전 재산을 맡겼다가 큰 빚을 져서 드라마에도 출연해야 하는 신세가 되지만 도미닉의 도움을 거절한다.

《에이미》는 배우 앙상블을 보는 재미도 있다. 오른쪽
부터 김영민·서은경·윤소정./컬티즌 제공
《에이미》는 배우 앙상블을 보는 재미도 있다. 오른쪽 부터 김영민·서은경·윤소정./컬티즌 제공

이 연극은 밀도가 단단했다. 사각의 무대에서 숭고한 복서와 현실적인 복서가 상대에게 위협적인 펀치를 날렸고 관객을 집중시켰다. 팽팽한 긴장 사이에서 희극성은 더 살아났다. 윤소정의 연기 아닌 연기, 화술이 좋은 이호재의 침묵, 서은경의 깔끔한 몰입, 김영민에겐 낯선 '나쁜 남자' 이미지, 백수련의 존재감이 균형 있게 어울렸다. 윤소정과 서은경은 고요한 집중과 폭발의 에너지를 만들었다. 최용훈 연출은 영화 《디 아워스》《더 리더》를 각색하기도 한 데이비드 해어(영국)의 지적이고 위트 넘치는 희곡을 매끄러운 무대 언어로 살려냈다.

마지막 순간 에스메는 도미닉이 분장실에 놓고 간 돈뭉치를 "내 딸의 재"라고 부른다. 그리고 곧장 연극 속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한다. 조금 전에 연기 비법을 묻는 후배 배우에게 "시간이 필요해. 내면으로 들어가는 거지. 본질까지 다가가면 거기 있어"라고 했던 에스메의 대사가 머릿속에서 겹쳐진다. 머리에 물을 붓고 그녀는 말한다. "자, 시작하는 거야!" 그 위로 뜨거운 조명이 쏟아진다.

▶21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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